전임교수 꼴찌 시간강사 1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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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이 방송 패널로 자주 출연해 조교가 수업을 대신 한 과목도 있었다. 어떤 과목은 지난 학기 노트를 빌려봤는데 농담까지 똑같았다."(인문대 4학년 이모씨)

"노(老)교수님들은 대개 최근의 이슈를 따라잡지 못하고, 교양 수업을 귀찮아하는 인상을 줬다."(경영대 2학년 안모씨)

서울대 학생들이 전임교수(전임강사.조교수.부교수.교수)보다 시간강사의 강의를 더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기초교육원이 18일 발표한 '2006학년도 1학기 학생강의평가'에 따르면 4만여 명의 교양과목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시간강사들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반면 전임교수들은 가장 낮은 점수를 얻었다.

종합 평점(5점 만점)은 시간강사가 3.88점으로 가장 높았고 대우강사(3.82), 초빙.명예교수(3.77), 기금교수(3.72)가 뒤를 이었다. 전임교수는 3.70점으로 '꼴찌'였다. 전임교수들은 15개 항목 중 '과제물 지도'와 '강의 환경'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최하점을 받았다. 단과대별로는 보건대학원(4.20).환경대학원(4.07).사범대(4.03)가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경영대(3.30).공과대(3.37).자연대(3.56)가 하위를 기록했다.

교양 강의의 절반 이상을 떠맡고 있는 시간강사는 시간당 3만~4만원 수준의 강의료만 받으며 학기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는 신세다. 반면 전임교수들은 부교수 이상만 되면 정년을 보장받는다. 전임이 된 뒤 10년차가 된 부교수의 연봉은 7000만원 선이다.

박은정(법학부) 기초교육원장은 "전임교수들은 과제가 많고 학점이 박한 핵심 교양을 맡고 있어 강의만족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수들이 강의법 개선 등에 무관심한 것은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마련한 교수워크숍에 참여한 교수는 전체 1720명 중 41명에 불과했다.

서울대의 한 관계자는 "전임교수들은 신분이 안정적이고 미래가 보장된다"며 "강의평가가 연구업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강의에 소홀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권근영 기자

◆ 어떻게 평가했나=전공과목을 제외한 1173개 교양과목 수강생 4만1237명(복수수강생 포함)이 1학기 강의를 맡았던 전임교수, 전임대우강사, 시간강사, 초빙.명예 교수, 기금교수 1173명을 평가했다. 수강생들이 ▶강의 내용의 체계성▶지식과 경험▶강의방식▶교수 능력▶강의 효과▶추천 여부 등 15개 항목에 대해 1점(최저-'전혀 그렇지 않다')~5점(최고-'정말 그렇다')을 매기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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