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지은 자갈치 시장 인근의 노점 골목. 18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자갈치 축제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내 걸렸다. 송봉근 기자
1층 활어부에 입점할 최모(54)씨는 "지난 3년 동안 임시 시장에서 영업하는 바람에 손님이 줄어 손해를 많이 봤다"며 "올 8월 이사해 추석 대목과 축제 기간에 재미를 볼까 기대했는데 입주 시기도 안 잡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부산 자갈치 새 시장 건물이 완공된 지 두 달이 넘도록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점포 면적이 늘지 않은 상인들의 반발과 시설 사용료를 둘러싸고 부산시와 조합 간의 이견으로 입주 시기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 점포 면적 갈등=자갈치 새 시장은 362억원이 투입돼 8월 10일 준공돼 같은 달 24일 이후 입주가 시작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새 건물은 옛 건물에 비해 규모는 커졌지만 몇몇 품목의 개별 점포 면적만 넓어지면서 일부 상인의 반발이 일었다.
산 고기를 판매하는 활어부 점포 100여 곳 중 90여 곳이 앞쪽의 너비가 30~50㎝씩 늘었지만 장어를 판매하는 점포는 90곳 중 50곳이 옛 점포와 면적이 비슷하게 됐다. 이에 따라 장어를 판매하는 상인들은 "특정 상인들만 혜택을 본다"며 불만을 나타냈고, 조합 간부 간에 언쟁을 벌이는 등 반목이 깊어졌다.
◆ "사용료 비싸다"=부산시는 철거된 옛 자갈치시장에 대해 해마다 2500만원의 사용료를 받아 왔다. 그러나 새로 건립된 시설에 대해서는 32억원의 사용료를 내도록 통보했다. 새 시장은 국비, 부산시, 부산도시공사의 예산 262억원과 조합비 100억원의 공사비로 건립된 부산시의 재산이다. 상인들과 조합은 "사용료가 터무니없이 비싸 부담하기 벅차다"며 감면 등을 요구했다. 부산시는 상인들의 끈질긴 요구와 자갈치시장의 조기 활성화 등을 감안해 '20년 무상 사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노점 철거될 판=자갈치의 명물인 노점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자갈치시장 현대화사업과 맞물려 인근 연안정비사업이 추진되면서 구청이 일대 노점들에 대한 대대적 정비사업을 벌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중구청에 따르면 구청은 총사업비 44억1000만원을 들여 시장 일대 길이 770m, 너비 20m의 해안에 도로를 내고 친수공간을 조성하기로 했다.
구청은 공사 구간에 도로를 무단 점용해 노점을 차리고 있는 500여 명의 '자갈치 아지매'들을 내보낼 계획이다. 노점이 자갈치시장의 현대화 이미지에 맞지 않는 데다 차량 소통에도 차질을 주기 때문이다. 노점상들은 영업을 계속할 수 있는 별도의 대체 부지를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부산=강진권 기자 <jkkang@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