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딜레마를 타개하기 위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들고 나온 게 후분양제다. 공정이 마무리되는 후반부에 가면 사업에 소요된 원가 파악이 어느 정도 정확히 이뤄지기 때문에 그때 가서 분양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앞으로 시가 조성하는 토지에 주택을 공급하는 모든 사업에 후분양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취지의 후분양제가 제대로 추진되면 뉴타운 사업은 물론 주택 개발 사업 전반에 심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견된다. 왜냐하면 후분양제의 기본 취지는 분양가격을 낮추는 데 있고, 이는 곧 사업의 규모(용적률.층고. 공급가구수.분양 평수 등)에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분양제의 관행을 그대로 유지한 채 후분양이 이뤄진다면 분양가격이 어느 정도 인하될지 지금으로선 미지수다. 가령 소비자의 돈(분양계약금.중도금 등)으로 집을 짓는 지금의 금융 조달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후분양제는 사업자에게 금융비용을 발생시키고, 이는 가격으로 전가돼 오히려 분양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역으로 분양가격이 기대대로 낮아진다면 최초 분양자는 막대한 불로소득을 거머쥐게 되는데 이를 환수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뉴타운은 더욱 치열한 투기장이 될 수 있다.
후분양제는 그간 시민단체들이 줄곧 요구해 왔던 바이고 정부도 2007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취지가 올바르게 구현되려면 후속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
원가 공개와 함께 비용 절감을 위한 방안, 적정 분양가 책정 방안,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는 금융 조달 방안, 시세차익을 환수할 수 있는 방안 등이 마련될 때 후분양제는 물론 이를 이용해 조성되는 뉴타운의 공공성이 제대로 발현될 수 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환경정의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