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북 교류 일시중단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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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상 짐 뒤지고
북한에 물자를 운반하는 무역상 차량이 16일 중국 단둥 세관 앞에서 검문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 측이 검색을 강화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단둥 AP=연합뉴스]

국경엔 철조망
중국이 북한과 접경한 압록강의 자국 측 강변을 따라 최근 설치한 철조망. 중국은 탈북자의 자국 유입을 막기 위해 이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단둥 AP=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이 북한 핵실험 직후 북한과의 교류를 일시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이는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 소속 여야 의원들에게 13일 제출한 '북한 핵실험 관련 국제사회 시각 및 대응 동향 평가' 보고서에서 밝혀졌다. 국정원의 판단은 청와대의 실제 대응과 달라 논란이 예상된다. 다음은 보고서의 주요 내용.

◆ 한국이 고려해야 할 사항=앞으로 미.일 등 국제사회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결의)를 이끌어 낸 뒤 우리에게 대북 제재 동참을 강력히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 및 6자회담에 대한 신중하고도 근본적 정책 전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대북 인도적 지원과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사업 등 남북 경협 사업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 안보리의 대북 제재가 현실화될 경우 북한과의 교역.인사 교류 일시 중단 등 남북 간 경제.사회 관계를 재조정할 필요성도 있다.

특히 본격적인 대북 압박 차원에서 미국 측이 우리에게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와 대북 인권 압박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 중국 독자 대북 제재 가능성=중국은 북한과의 양자 접촉을 통해 추가적인 핵실험을 하지 않도록 압박하고 있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이라는 기존 정책 기조를 유지하지만 내부적으론 대북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중국에 대한 대북 압박 요구에 대응해 드러나지 않게 독자적인 대북 제재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중국의 중재 노력 등 국제사회의 모든 해법 및 대화를 거부할 경우 (중국에서 북한으로 보내는) 송유관 폐쇄 카드의 사용도 검토할 수 있다.

일본은 핵실험을 계기로 유엔은 물론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등 국제사회에서 대북 규탄 분위기 조성을 선도하면서 독자적인 대북 제재 수위를 높여갈 것이다.

◆ 북한 핵실험 배경= 북한은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예고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북 강경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보고 핵실험을 단행했다. 미국이 이라크전 등 중동정세에 집중하고 있어 대북 군사행동이 힘들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식량 부족과 경제난에 따른 주민들의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려 내부 동요와 체제 불안 요인을 사전 제거하는 측면도 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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