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번트 대신 강공 '여우 작전' 적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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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현대는 희생번트를 많이 댄다. 올 시즌 153개로 8개 구단 중 1위다. 반면 한화는 희생번트를 잘 대지 않는다. 68개로 제일 적다. 이 같은 양 감독의 특성 때문에 올 시즌 플레이오프는 '작전 야구'와 '자율 야구'의 대결로 요약됐다.

1회 말 현대 선두타자 송지만이 안타로 출루했다. 2번 타자 전준호의 번트가 현대의 상식적인 공격 루트였다. 그러나 전준호는 예상을 뒤엎고 강공으로 밀고 나갔다. 그것도 단순한 강공이 아니었다. 이 공격에는 '런 앤드 히트'라는 또 다른 작전이 숨어 있었다. 번트를 댔으면 1사 2루가 됐을 테지만, 강공 덕에 현대는 무사 1, 3루, 대량 득점 찬스를 잡게 됐다. 한화 선발투수 문동환이 흔들리는 기색이었다. 3번 이택근을 삼진으로 잡긴 했지만, 4번 서튼과 5번 정성훈을 연속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밀어내기로 1점을 내줬다. 이어 6번 이숭용과 8번 채종국에게 안타를 허용하면서 5실점했다. 그렇게 경기 초반 승부가 갈렸다.

김인식 감독은 준플레이오프가 끝난 뒤 "플레이오프에서는 점수가 더 많이 날 것"이라고 했다.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홈런(110개)을 기록한 한화 타선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날 대량 득점은 오밀조밀한 야구를 하는 현대가 했다. 관건은 타선의 응집력이다. 거기서 현대가 이겼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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