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는웰빙이다] 헬멧 그까이꺼? 자전거 사고 75%가 머리 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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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왕국' 미국에서도 세 명 중 한 명이 자전거를 탄다.미국인은 대부분 레크리에이션(81.9%)으로 자전거를 타지만 일부는 운동(12.6%).출퇴근(5.2%).경기(0.3%)용이다.자전거는 재미 삼아 타더라도 건강에 상당한 도움을 준다. 자전거는 또 자동차 생활에 찌든 현대인에게 해독제 같은 역할을 한다.그러나 무리하지 않고 요령껏 즐겨야 '보약'이다.

열량 소모, 걷기와 조깅 중간 정도

체중 감량을 위해 자전거와 인연을 맺었다면 처음엔 다소 실망할 수 있다. 자전거 타기의 열량 소모는 걷기와 조깅의 중간 정도. 탁구와 비슷하다. 체중이 65㎏인 성인이 시속 9㎞로 달린다면 시간당 252㎉가 소모된다. 속도를 시속 15㎞로 올리면 시간당 열량 소모량은 390㎉. 물론 이 정도라도 매주 3회 이상(한번에 30분~1시간) 꾸준히 하면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

경희대 가정의학과 김병성 교수는 "자전거는 스스로 운동량과 강도를 조절할 수 있어 큰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다"며 "40~50대는 물론 65세 이상의 노인도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이 유익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노인이 햇볕을 받으며 자전거를 타면 '선샤인 비타민'이란 별명이 붙은 비타민 D가 늘어나 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있다.

안장 높이에 신경 써야

자전거 핸들 높이는 안장보다 높아야 한다. 핸들이 너무 앞쪽에 있는 것도 피한다. 그래야 허리를 펴고 편안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다. 안장 높이도 잘 맞춘다. 자칫하면 허벅지.엉덩이 부위에 통증이 오거나 물집이 생길 수 있다. 안장이 낮아 페달을 밟을 때 다리가 완전히 펴지지 않는 것도 곤란하다. 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 양윤준 교수는 "평소 무릎 통증이 있는 사람(퇴행성관절염 환자 등)이 안장이 너무 낮은 자전거를 타면 무릎이 더 아플 수 있다"고 말했다.

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사람이 앞무릎 쪽의 지속적인 통증을 호소한다면 슬개대퇴 증후군이 의심된다. 허벅지 안쪽 근육이 약해진 결과다. 쪼그려 앉았다 일어서기(무릎이 건강한 사람) 또는 무릎을 30도가량 구부렸다 폈다 하는 동작(무릎에 이상이 있는 사람)을 허벅지가 뻐근해질 때까지 반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자세는 자주 바꿔 줘야

자전거를 타는 도중엔 한 자세를 오래 유지하지 않는다. 핸들 잡은 손 모양도 자주 바꿔 준다. 손목이 꺾이는 부위의 인대가 심한 부하를 받아 손이 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땐 잠시 쉬면서 뭉친 근육을 풀어 준다. 페달은 분당 60회쯤 밟는 것이 무리가 없다. 다리 근력을 높이려면 분당 70~80회로 늘린다. 그러나 초보자는 페달 돌리는 속도나 이동거리보다 페달을 규칙적.지속적으로 돌리면서 시간과 거리를 서서히 늘려가는 데 중점을 둔다. 자전거를 타는 도중에 나타나는 무릎.발목 통증은 대부분 페달을 밟는 발의 위치가 나쁘거나 고르지 않은 힘으로 페달을 돌리기 때문이다. 페달을 밟는 발이 너무 안쪽이나 바깥쪽을 향하지 않도록 한다.

안전 장비 착용은 필수

미국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자전거 사고의 75%는 머리 부상이다. 한양대 가정의학과 박훈기 교수는 "헬멧 착용이 가장 효과적인 머리 부상 예방법"이라며 "통풍이 잘되면서 팔.다리가 드러나지 않는 옷을 입고 스타킹을 신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도로의 바로 앞뿐 아니라 주변 상황을 두루 살피고 '음주 운전'도 피한다. 초보자는 무릎 보호대를 착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신발은 잘 미끄러지지 않으면서 바닥이 딱딱해 골고루 힘을 분산시킬 수 있는 것이 좋다. 폭이 넓은 바지는 금물. 바지 끝이 체인에 감길 수 있다.

폭 좁고 쿠션이 없는 안장도 피하는 게 상책이다. 혈액순환을 방해해 발기력과 전립선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이를 예방하려면 넓고 쿠션 좋은 안장을 고르고, 10분에 한 번씩 엉덩이를 들어 준다.

박태균 기자 <tkpark@joongang.co.kr>
일러스트레이션=강일구 <il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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