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제운용이 경계할 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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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물러날 각오」만으로는 될 일 아니다
경제가 발전을 거듭해감에 따라 경제활동분야가 날로 다양해지고,또 각 부문간의 유기적 관계가 그 심도와 복잡성을 더해가고 있다. 이로인해 특정의 경제적 요인에 변화가 생길 때 그것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한층 광범하고 복잡해졌으며 영향의 전파경로를 파악하기가 무척 어렵게 된 것이 사실이다.
이 사실은 경제정책의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을 한층 크게 만들고 있다. 증시부양자금을 아무리 풀어도 성과가 잘 나타나지 않고,통화량의 높은 증가율이 유지되는 속에서도 기업의 자금사정이 좀처럼 호전되지 않으며 노동시장에서는 구직난과 구인난이 병존하고 있다.
얼핏 불가사의한 현상처럼 보이는 이들 경제현실들은 단선적ㆍ대증적ㆍ부분적 정책이 지니는 효과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다.
경제구조의 복합성과 유기성에 걸맞게 경제정책 역시 문제의 근원에 접근하는 종합적인 것이어야 하며,특히 한가지 문제를 치유하기 위한 경제시책이 다른 문제의 악화를 초래함으로써 경제전체로서 아무런 실익이 없거나 거꾸로 순손실을 낳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작년 하반기와 금년 상반기의 경제정책들을 되돌아보고 그 효과와 역작용들을 살펴보면 우리는 올 하반기 경제운용에 참고가 될 유익한 교훈들을 발견하게 된다. 따지고 보면 최근의 물가문제는 지난 1년여의 경제정책 속에서 잉태되고 악화돼온 측면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미 자주 지적돼온 작년 12월의 증시부양조치는 물론이고 금년 봄 새 경제팀의 등장 직후 발표된 4ㆍ4 종합경제대책이 그 으뜸가는 실례로 꼽힌다. 1ㆍ4 분기의 경제성장율이 10%가 넘었고 3월까지의 물가상승추세가 우려할 만한 수준에 도달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4월초의 경제시책은 당연히 물가안정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야 옳았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앞뒤 가리지 않고 극단적인 처방으로 단숨에 처리해 버리려는 풍조가 우리 사회에 꽤 넓게 자리잡고 있고,이러한 풍조가 경제정책 담당자들에게 유형무형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음도 사실이다. 그리고 조순경제팀 시절에도 있었던 일이지만 현 경제팀에도 「자리를 걸고 문제를 해결하라」는 대통령의 엄명이 내려져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정책당국은 경제전반을 보지 않은 채 당장의 급한 불이나 끄고 보자는 유혹을 느끼기가 쉬울 것이다. 과거에 비일비재했던 정책의 번복사례 등은 바로 그러한 성급함의 산물이었다.
여기서 얻는 교훈은 현재의 물가잡기정책과 하반기의 경제운용에도 고스란히 반영될 만한 것이다. 아무리 다급해도 극약투입식이나 두들겨잡기식의 정책은 가급적 지양해야 한다.
상반기를 마무리하면서 경제정책당국은 경기진작ㆍ대외수지균형ㆍ물가안정,그리고 분배의 형평 회복 등 제반 정책목표의 우선순위와 각 목표추진의 강도에 대한 부처간의 공동 확인을 거친 다음 부문별 정책간의 조화와 균형문제를 다시한번 점검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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