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과소비에 “비상신호”/정부 에너지절약 정책마련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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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석유소비 연12%씩 늘어/팔짱끼고 구경만한 당국에 책임
한동안 관심권밖에 있던 에너지절약이 다시 주요과제로 등장했다.
동자부는 18일 급증하는 에너지소비를 줄이기 위해 자동차세 대신 휘발유부가세를 만들어 휘발유소비가 많은 차는 더많은 세금을 물도록하고 등유ㆍ연탄값도 비수기ㆍ성수기로 나눠 달리 매기고 전기요금도 계절ㆍ시간대별로 차등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90년대 에너지소비절약 정책방안」(본지 6월4일 보도)을 마련,관계부처와 협의에 들어갔다.
이 방안에는 수입차를 포함한 모든 승용차에 연비 하한선을 설정하고 새로 짓는 업무용빌딩은 전기대신 가스나 지역난방을 이용토록하며 사치ㆍ유흥업소에 대해서는 별도의 비싼요금을 물리겠다는 등의 내용도 포함돼 있다.
정부가 이처럼 에너지절약에 발벗고 나선 것은 최근의 에너지소비증가세가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왔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저유가가 계속된 최근 3년간(87∼89년)의 석유소비증가세는 연평균 12.2%로 오일쇼크직후인 81∼85년의 연증가율 0.2%와는 비교도 안되게 높아졌다. 전력ㆍ가스 등을 포함한 총에너지 소비도 연 9.8%(81∼85년 평균증가율 5.1%)로 과거보다 배 가까운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경기부진속에서도 에너지소비는 가속적으로 늘어나 오일쇼크후 처음으로 에너지소비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앞서는(에너지탄성치 1.292) 우려할만한 상황이 나타났다.
올들어서도 4월까지 석유 및 전력소비가 작년같은 기간보다 각각 23%,17.4%의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 생활주변에서도 이러한 추세는 뚜렷하다.
지난해 승용차가 40만대이상 늘었고 그중 40%는 중대형차다.
전기냉장고도 87년에는 전체 판매대수의 5%에 불과하던 3백ℓ이상 중대형 냉장고의 판매비율이 지난해에는 23%(40만대)까지 늘어났다.
에너지소비가 이처럼 급증하고 있는 것은 국민1인당 에너지소비량이 연 1.8t(석유환산ㆍ88년)수준으로 여전히 선진국(일본경우 3.26t)의 절반정도에 머물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때 소득증가와 그간의 에너지가격인하등에 따른 자연스런 추세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에너지를 우리의 경우 대부분 돈주고 수입해 써야한다는데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87년 63.5%에서 지난해에는 85.4%로 한층 높아졌고,87년 기준으로 세계 6번째(85년 경우 11번째,OECDㆍUN통계)로 에너지수입이 많은 나라로 기록됐다.
더구나 국내산업 구조는 기술수준등의 제약으로 같은 업종에서 같은 부가가치를 생산하는데도 선진국보다 배이상 에너지를 더 투입해야 하는(88년 GNP에너지원단위 한국 0.58,일본 0.27)에너지 다소비의 취약성을 그대로 갖고 있는데다 최근의 에너지 소비증가가 그나마 생산부문도 아닌 가정ㆍ상업ㆍ수송(89년 수요비중 48.8%) 등의 소비관련부문에서 크게 부추겨지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또 날로 악화되는 환경문제도 에너지절약의 필요성을 새롭게 하고 있다.
이제는 과거처럼 「한집 한등끄기」식의 욕구규제나 에너지관련기기의 효율향상정도로는 효과를 거두기 힘든 상황이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된데는 87년 8월이후 에너지소비 절약대책회의를 한번도 열지 않았을 정도로 에너지절약을 강건너 불보듯 해온 동자부의 책임도 크다.
1백91개 수송업체를 관리시범대상으로 지정해 놓고도 실태파악이나 관리활동은 전혀 하지 않는 식의 안일한 행정이 이뤄졌고 기업의 에너지 이용합리화지원을 위한 융자는 우선순위에 밀려 축소(87년 3천8백억원→89년 2천1백36억원)되는등 에너지절약은 행정공백 상태였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해만 넘기면 흐지부지되는 식의 정책수행으로는 에너지절약은 효과를 낼 수 없고,또 범정부차원의 협조없이 동자부 힘만으로 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우선 에너지절약에 대한 정부당국의 정책의지부터 가다듬어야할 것같다.<박신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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