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입시정 붙은 신영호할머니 고졸 검저도 〃최고령합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88년5월 중학입학검정고시, 89년8월 고교입학검정고시 최고령 합격자였던 신영호할머니 (72·서울둔촌동98의66) 가 지난달 15일 실시된 고졸자격검정고시에서도 최고령합격,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한번 입증했다.
14일 오전 자신이 다니는 수도학원 관계자들로부터 합격소식을 전해들은 신할머니는 『행운이 계속해서 따라다니는 것 같다』고 겸손해하면서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대학입시준비를 해 최종목표인 대학진학의 꿈까지 이뤄보겠다』 고 노익장을 과시했다.
신할머니는 『원하는 학과는 도서관학과이나 실력상 4년제 대학이 어려우면 전문대학 중에서 골라가겠다』 며 『갈수록 대학문이 좁아져 나 같은 늙은이는 재수하면 불리할 것 같다』며 함빡 웃었다.
신할머니는 86년 신문광고를 보고 수도학원을 찾기 전까지 ㄱ·ㄴ·ㄷ도 몰랐던 완전 까막눈. 부친이 의사였던 인텔리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신학문을 배운 고모가 결혼에 실패한데 충격받은 집안 어른들이 『여자가 배우면 신세 망친다』 고 엄명, 학교문턱에도 가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47년 남편과 사별한 뒤 남편이 하던 청계천 헌책방을 계속 운영해온 신할머니는 책색깔로 가격을 어림잡아 팔고 장부정리를 못해 의상책값을 떼이는 등 숱한 고생 속에서 1남1녀를 모두 대학까지 공부시켜 사회에 내보낸 뒤 비로소 자신이 그토록 해보고 싶던 일을 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됐다.
『처음 한글을 깨쳤을 때 신문과 책을 읽을 수 있고, 주위사람들에게 물어보지 않고도 버스를 타는 즐거움에 하루하루가 그토록 즐거울 수 없었어요. 내친김에 계속 공부하겠다는 욕심이 생겼지요. 영어와 수학이 특히 어려워 고생을 많이 했지만 중도포기 하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매일 새벽3시부터 저녁10시까지 공부하느라 눈이 많이 나빠져 두꺼운 안경을 쓰게 됐다』는 신할머니는『그대신 고혈압·신경통등 잔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며 만학의 즐거움을 기뻐했다.

<김간균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