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걸린 산업은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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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제투자은행으로 변신하겠다는 산업은행의 경영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감사원은 지난해 말부터 산업은행 등 금융 공기업에 대한 감사를 한 결과 산은에 대해 대우증권.산은캐피탈.KDB파트너스.산은자산운용.한국인프라운용 등 5개 금융 자회사를 매각하라고 최근 권고했다. 이들은 산은이 싱가포르개발은행(DBS)과 같은 국제 투자은행으로 변신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자회사들이다.

감사원은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자회사에 편입시켜 운용하는 것은 구조조정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이들 자회사의 매각 작업을 통해 투입된 자금을 조기 회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또 국책 금융기관들이 당초 설립 목적과 달리 민간 금융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점도 시정하라고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감사원의 권고는 강제이행 사항이 아니라 말 그대로 권고일 뿐인 데다 이런 지적이 감사원의 권한인지도 의문"이라며 "대우증권.산은캐피탈.산은자산운용 등 3개 자회사는 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앞으로 자본시장통합법 시행과 맞물려 국책은행이 단시일 내 국제적 투자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기업금융과 투자금융.자산운용이 3대 축이 돼야 한다"며 "현재 정부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산업.기업.수출입 등 3대 국책은행의 역할을 조정 중이므로 그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원이 나름대로 분석해 내린 결론이기 때문에 해당 기관이 함부로 거부하긴 어렵다"며 "권고를 따르지 않으려면 합당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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