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잃은 민자당 저마다 “딴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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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KBS사태ㆍ지자제등 현안에 계파 이해따라 공방전 일쑤/보선문책등 화합깰 「지뢰」많아
김영삼최고위원의 당무복귀로 민자당은 외견상 정상화됐으나 현안대책 수립과 당무처리 과정에서 계파간의 대립과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를테면 KBS사태 해결방안ㆍ지자제협상ㆍ증시부양책ㆍ보궐선거 후유증 처리등 현안논의를 하면서 계파간에 시각차가 드러나 불협화가 밖으로 새나오고 있다.
때문에 김영삼ㆍ김종필최고위원과 박태준최고위원대행이 20일 저녁 회동,『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당의 단합』이라고 외치고 이날 예정된 골프 회동도 취소하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계파간 이견은 중구난방이다.
20일 오전 당직자회의에서 KBS 사태해결방안을 둘러싸고 민정ㆍ민주계가 당론위배여부로 공방을 벌인 것은 둘 사이의 갈등의 골이 메워지기 어려움을 보여주었다. 이날 민정계의 함종한의원(문공위간사)은 전날 문공위에서 강삼재(민주계) 김인곤(공화계)의원이 「선방송정상화」당론을 외면하고 「선 서기원사장퇴진」주장을 했다며 『같은당에서 목소리가 제각각이니 국회전략을 수립할 수 있겠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민정계측은 문공위에 앞서 열린 당정회의에 강의원도 참석해 여권의 방침이 확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의견을 내놓는 것은 당론을 위배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원내전략을 담당한 김동영총무가 나서서 『당론이 결정된 바 없으며 여당의원이라고 한목소리를 낼 수 없다』고 오히려 민주계를 두둔했다.
이날 오후 지방의회의원의 정당공천허용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김용환정책의장ㆍ정동윤제1ㆍ신진수제2ㆍ서청원제3ㆍ서상목제4정조실장과 내무위의 오한구위원장,강우혁의원이 회동한 자리에서도 민정ㆍ민주ㆍ공화계가 충돌했다.
당초의 당론은 정당공천배재였으나 공화계가 민주계쪽을 엄호해 정당공천허용쪽으로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고 19일 당무회의 결과를 맡은 김홍만부대변인(공화계)은 『정당공천배제 방침을 재고해 광역 자치단체의 경우 이를 허용키로 했다』고 발표까지 했었다.
그러나 민정계측이 『발표내용이 잘못됐다』고 당론고수를 요구하면서 『지자제선거 자체가 금년안에 실시될 수 없다는데 민주ㆍ공화계도 동의했으면서 정당공천제 허용검토 운운하는 것은 정치쇼』라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증시부양책등 경제문제에 대해서도 손발이 안맞고 있다. 19일 김용환정책위의장이 이례적으로 기자들과의 면담을 자청,증시폭락을 막기위해 증권거래세인하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당내합의가 끝난듯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측과 협의하고 난 박태준대행은 『이는 김정책위의장 개인발언』이라고 격하하고 『좀더 지켜본뒤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어버렸다.
대구서갑,진천­음성 보궐선거의 후유증처리문제를 놓고도 계파끼리 서로 눈치를 보고있는 상태인데 경우에 따라선 큰 불씨가 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계측은 대구서갑구의 돈봉투시비와 관련해 당선자인 문희갑씨에 대해 민심수습차원에서 도의적 책임이 뒤따라야한다는 의견을 제기하면서 자진사퇴설도 나오고 있으나 민정계측은 일단 관계당국의 처리완결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이같은 대립과 시각차이에 대해 수뇌부측은 애써 태연해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론 민자당의 진로에 불안감이 확산될 기미다. 무엇보다 전월세값폭등ㆍ물가불안ㆍ증권폭락등 악재가 겹쳐있어 의원들은 『집권당 인기가 최악의 상태』임을 인정하고 있고 서울출신의원들은 3계파 모두 『지금 선거하면 전멸한다』고 자탄하고 있다.
김영삼최고위원은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한듯 이를 쇄신하고 집권당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단호한 입장을 굳히고 있는 듯하다.
민주계의 한 의원은 『김최고위원은 민자당이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위기가 온다는 점을 청와대와 최고위원들에게 연일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민자당내 계파사이의 인식차와 문제제기방식의 차이가 워낙커 김최고위원의 정책결정주도의지가 얼마나 먹혀들지 알 수 없다.
경제난국에 민자당내부의 계파간 갈등까지 겹치면 이미 금가고 있는 민자당의 균열이 더 벌어질지 모른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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