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달러 가지고 미국가 50개 호텔 인수한 호텔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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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투자그룹이 매입한 아이와주 데모인 소재 르네상스호텔 전경.


"남들은 절 호텔왕이라고 부르더군요. 제가 가진 모든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개할께요"

최근 역대 대통령들이 숙박하는 곳으로 유명한 아이오와주의 르네상스 호텔을 3000만달러(약 280억원)에 사들인 한인이 있어 화제다.

"호텔 하나 사들인게 대수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그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10만달러로 시작해 14년만에 50여개 호텔을 인수한 성공신화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호텔왕'조찬수(54)한인기독교호텔협회 회장. 1992년 선경그룹 기획실에서 잘나가는 중견 간부였던 그는 퇴직금 등을 모은 10만달러를 들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샌디에이고에 짐을 푼 그는 세탁소나 아이스크림 가게를 가져보는 소박한 꿈을 가졌다. 당시 그만한 돈으로 문을 열 수 있는 곳은 세탁소 정도였기 때문.

손에 쥔 전 재산을 한 곳에 투자하려니 선뜻 결심이 서지 않았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그는 기도에 매달렸다."1년 동안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더니 호텔업에 뛰어 들라고 하시더군요."

그는 이듬해부터 모텔에서 생활하며 궂은 일을 도맡아 했다. 한달 수입이라곤 고작 1000달러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때의 경험은 나중에 호텔을 경영할 수 있는 귀중한 초석이 됐다.

94년 일본계 은행인 스미토모 은행이 차압 매물로 확보하고 있던 300만달러짜리 호텔이 현금 70만달러에 급매물로 나왔다. 샌디에이고 인근 에스콘디도의 하워드존슨 호텔이었다.

"며칠 내로 60만달러를 채우지 않으면 계약금 10만달러마저 떼일 상황이었지만 일단 저질렀습니다. 다행히 거래를 주선했던 에이전트에서 연 10%의 금리로 60만달러를 급전으로 빌려줬어요"

그의 성공 비결은 싸게 나온 '물건'을 확보한 뒤 재단장해 가맹점을 모집하는 방식이었다. 가맹점에는 그의 지분이 상당 부분 들어갔다.

6개월 후 그는 하워드존슨 호텔을 담보로 한미은행에서 300만달러를 융자받아 60만달러를 먼저 갚았고 남은 돈으로 급매물로 나온 호텔들을 싹쓸이했다. 1년만에 2000만달러의 시세차익을 올렸고 5년 후엔 1억달러로 불렸다. 종자돈의 1000배로 늘어난 것이다.

"신앙 덕분에 제가 성취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뤘습니다. 저의 행복을 다른 사람과도 나누고 싶어요."

현재 조회장으로부터 경영 기법을 배워 호텔을 인수한 한인들만 약 30여명.'나누면 커진다'는 종교적 이념을 몸소 실천하는 셈이다.

그는 호텔 투자에 관심있는 한인 투자가들을 그룹으로 묶어주고 여건이 조금 부족한 사람에게는 적지 않은 돈을 빌려줬다.영업 이익은 전적으로 매입자가 갖는 대신 조씨는 매각시 투자 자금에 대한 지분만을 되돌려받는다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최근엔 10만 ̄20만달러 단위의 소액 투자자들에게 1년간 매니저 생활을 한다는 조건으로 호텔 운영권을 넘기기도 한다.

그의 사업은 한편으론 종교적 신념의 연장이었다. 샌디에이고의 온누리교회 장로인 조씨는 '선교 및 구제사업'으로 최근 멕시코 남주 치아파스에 4번째 교회를 세웠다. 장기적으로 멕시코 전역에 20개의 교회를 세우는게 그의 꿈이다.

"남들은 절 호텔왕이라고 부르더군요. 세상은 절대 혼자 살아가는 곳이 아닙니다. 받은 만큼 되돌려 주고 베풀어야죠. 단 한사람이라도 저를 통해 성공을 이룰 수 있다면 제가 가진 모든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개할겁니다."

이지은 기자 <jelee@joongang@co.kr>
미주 중앙일보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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