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비싼 단지는 6월에 거래 없었는데도 3월 거래 아파트와 단순 비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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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통계=건교부의 조사 결과는 기준 시점의 표본과 비교 시점의 표본이 일치해야만 객관적 비교가 가능하다는 통계의 기본원칙을 어겼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예를 들어 3월의 집값과 6월의 집값을 비교하려면 비교 대상 주택이 같거나, 적어도 같은 지역이어야 한다.

하지만 건교부는 이 같은 원칙을 무시했다. 6월의 실거래가 신고 건수가 3월의 5분의 1로 줄었는데도 똑같은 차원으로 비교한 것이다.

예컨대 3월 통계치에는 재건축의 영향으로 실거래가가 10억원이 넘는 강남구 개포동 주공 2단지 22~25평형, 14억~31억원인 도곡동 타워팰리스 2차 47~101평, 11억~24억원인 도곡동 도곡렉슬 아파트 등이 다수 포함됐다. 하지만 6월엔 거래 건수가 크게 줄면서 이들 아파트가 모조리 통계에서 빠졌다. 신고 가격이 하락했을 수도 있지만 고가 주택이 대거 이탈하면서 6월의 평균가격이 3월보다 낮게 나온 것이다.

연세대 서승환(경제학) 교수는 "건교부의 실거래가 통계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수치"라고 평가절하했다. 서 교수는 "집값 추이를 추적하려면 층.내부 수리 등 집의 경제적 가치에 대해 고려해야만 한다"며 "실거래가 자료가 누적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집값을 단순 평균한 것으로 가격의 등락을 얘기할 순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같은 집의 매매 가격을 추적하는 반복매매가격지수(RSPI)를 활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건교부는 "같은 아파트만을 대상으로 실거래가를 분석하려면 대상이 많아야 하는데 월 한 건 이상 거래가 이뤄진 강남 3구의 아파트는 63건에 불과하다"며 "대상이 너무 적어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의미가 없어 그러한 통계를 내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멋대로 해석=건교부는 "강남 3구 아파트값이 뚜렷이 안정되는 추세"라는 분석을 내놨다. 또 주택담보대출 제한이나 종합부동산세 부과로 40평형대 초과 아파트 가격의 하락 폭이 가장 크다는 해석도 곁들였다.

결함이 있는 통계를 바탕으로 이 같은 해석을 내놓은 데 대해 지난해 발표된 8.31 부동산 대책 1주년을 의식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비판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잘못된 통계를 인용해 무리한 해석을 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건교부 박상우 토지기획관은 "예정된 날짜에 실거래가를 발표했을 뿐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평당 아파트 가격 어떻게 계산하나=건교부가 공개한 자료만으론 특정 아파트의 정확한 가격 변화를 계산할 수 없다. 건교부의 실거래가 자료에는 층.향.위치.수리 등 아파트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 공개되지 않는다.

따라서 6월 20일에 10억원에 거래된 아파트가 이튿날 8억원에 거래됐다 하더라도 층.향 등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가격이 급락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건교부 통계엔 이 같은 점들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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