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일요영화-작품선정에 좀더 신중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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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TV를 통해 방송되는 오락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기존의 영화를 방송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양 방송사는 영화 그 자체가 방송의 드라마와 유사한 오락물인데다 손쉽고 싸게 구입해 힘 안들이고 광고를 붙여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에 영화를 즐겨 방송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는 질적 수준이 어느 정도 평준화된 방송용 드라마와 달리 천차만별이며 관람대상도 대개는 특정 연령층으로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방송사는 온 가족이 시청하는 TV로 영화를 방송할 때는 대상작품을 엄선할 필요가 있다.
26일 밤 10시35분 KBS2-TV에서 방송된 『일요 한국영화-동녀』와 25일 밤 10시30분MBC-TV가 방송한 『체코영화특선-우리마을』 은 방송사의 작품선정에 따라 영화가 시청자들에게 줄 수 있는 즐거움의 현격한 차이를 보여줬다.
『동녀』 는 3일 동안 외출을 허가 받은 복역수와 한국으로 여행 온 외국여인과의 짧은 사랑을 짙게(?) 표현한 성인용 에로물이다. 이같이 방송용으로 부적합한 방화를 내용 전개에 있어 주요장면일 수밖에 없는 낮 뜨거운 장면을 모두 삭제한 채 방송하게 되니 작품성은 고사하고 줄거리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동녀』는 외국여인과 살인을 저지른 복역수와의 사랑이라는 지극히 비 일상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재대로 다 보여줘도 상식적인 차원에서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인데 그저 덤덤한 장면만 짜깁기해 「방송시간 때우기 용」 이란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반면 체코영화인 『우리마을』은 깔끔하게 처리된 작품자체도 훌륭했으며 미국일변도의 외화에 식상한 시청자들에게 동구영화의 신선한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우리마을』 은 체코의 한 시골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모습을 무리 없이 그려냈다.
착하고 순진하지만 백치인 시골청년이 겪게되는 사건들을 통해 소박하고 인정미 넘치는 시골의 분위기가 은은한 영상과 함께 가슴 깊숙히 다가옴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마을』 은 드라마로 표현할 수 없는 영화의 세계를 방송에서 소개해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케 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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