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1,2차 간격 12주일 때 항체 3.5배↑"…AZ처럼 주기 늘어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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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화이자 백신 접종 간격이 3주가 아닌 12주일 때 항체 반응이 더 좋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간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에 대해선 이런 연구가 있었지만, 화이자와 관련해 접종 간격에 따른 항체 생성 결과를 비교한 연구는 처음이다.

대전의 한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어르신들에게 화이자 백신을 신중히 접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의 한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어르신들에게 화이자 백신을 신중히 접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접종 간격 연장시 항체 반응 강해져”

15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최근 영국 버밍엄대 연구팀이 80~99세 고령층 172명을 나눠 73명에는 12주 간격으로, 99명은 3주 간격으로 화이자 백신을 두 차례 접종한 결과 2~3주 뒤 중화항체 수치가 12주 그룹에서 3.5배 높게 나타났다.

현재 화이자 백신은 3주 간격으로 2차례 접종하게 돼 있다. 헬렌 패리 버밍엄대 교수는 “고령층에서 두 번째 접종을 11~12주로 늦췄을 때 항체 반응이 강하게 증가한다는 걸 보여준다. 항체 반응 측면에서 두 일정 사이에는 명백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국 가디언지는 “백신을 두 차례 맞은 대부분 접종자는 간격에 상관없이 잘 보호받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항체 수치는 떨어지기 때문에 강한 반응은 보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전했다.

대전의 한 예방접종센터를 찾은 어르신들이 백신을 접종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의 한 예방접종센터를 찾은 어르신들이 백신을 접종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연구원들은 항체 수치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면역세포인 T세포도 관찰했다. 그런데 3주 간격에서 T세포가 더 빠르게 형성돼 최고점에 도달한 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1차 접종 후 15주가 흐른 시점에서 T세포 수준은 3주와 12주 간격의 두 그룹에서 비슷했다고 FT는 전했다. 헬렌 패리 교수는 “이 세포 반응의 중요성은 아직 명확지 않다”며 “향후 6개월간 항체와 세포 데이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영국은 접종을 시작한 지난해 12월 백신 물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접종에 속도를 내기 위해 화이자 접종 간격을 12주까지 늘려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같이 진행한 잉글랜드 공중보건국(PHE) 측은 이번 연구가 영국에서 시행한 접근법이 실제 효과를 거뒀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아직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았지만, 향후 글로벌 백신 접종 전략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에든버러대 엘레노어 라일리 면역감염과 교수는 “이런 데이터는 백신 접근성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위험 인구가 많을 때 접종 간격을 늘리는 정책에 상당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이자 백신 전용주사기가 용기에 가득 담겨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화이자 백신 전용주사기가 용기에 가득 담겨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1차 확대 전략, AZ도 8주→10주→12주로 

앞서 국내 보건당국은 지난 3월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전략자문그룹(SAGE)에서 발표한 임상 시험 결과 등에서 접종 간격이 길수록 효과가 높아진다는 결과를 토대로, AZ 백신의 2차 접종 예약일 기준을 당초 8주에서 10주로 변경한 바 있다. 이후로도 12주로 한 차례 더 주기를 늘렸다. 예방 효과를 고려했지만, 당시 백신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1차 접종을 하겠다는 전략에 따라 간격을 확대한 것도 있다.

당국이 상반기까지 1300만명에 1차 접종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황이라 화이자 또한 접종 간격을 늘리면 2차 접종에 쓸 물량을 더 많은 1차 접종자에 투여할 수 있을 거라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화이자 백신은 매주 수요일마다 들어오는데, 물량이 빠듯해 1차 접종은 최소화한 채 2차 접종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15일 0시 기준 화이자 대상자 가운데 1차 접종을 완료한 이들은 168만 6773명으로, 대상자(372만8729명)의 45.2% 정도다. 아직 200만명 이상이 접종해야 한다.

특히 최근 미국이 화이자 백신 접종 연령을 낮춘 데 따라 12~15세 수요가 증가하면서 화이자 수급 상황이 악화할 수도 있다.

추진단 “더 지켜봐야”

그러나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 관계자는 “과학적 근거가 다수 축적돼야 한다”며 “전문가들은 논문 한두 편에 과학적 근거가 달라졌다고 평가하지 않는다. 적어도 전문가들이 모두 인정하는 잘 디자인된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오거나, 국제기구 등에서 가이드라인을 변경하는 수준에 이르러야 우리나라에서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인정받는다”고 말했다. 영국에서의 연구 결과만으로는 부족하고, 추후 상황에 따라 접종 간격 확대를 고려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항체가 높아지는 게 보호 효과와 직결되는 게 아니다. 화이자는 이미 현재의 간격으로도 보호 효과가 잘 나온다”며 “어느 정도 수준의 항체가 일단 형성되면 이후로는 항체가 더 높아진다고 보호가 더 잘 되고 안 되고의 문제는 아니다. 아직은 원칙대로 3주 간격으로 접종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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