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숨진 전 세계 의료인 7000여명 … 멕시코 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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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의료인의 희생도 커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한 의사‧간호사 등 의료 종사자가 7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앰네스티, "타인 구하려다 … 충격적 규모" #7월 조사 3000명에서 희생자 두배 이상 증가 #멕시코서만 1320명…韓서도 희생자 나와

코로나에 감염돼 사망한 페루 의료진을 추모하는 꽃이 놓여 있다. [AFP=연합뉴스]

코로나에 감염돼 사망한 페루 의료진을 추모하는 꽃이 놓여 있다. [AFP=연합뉴스]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지금까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한 세계 의료진의 현황을 집계한 보고서를 3일(현지시간) 공개했다. 그러면서 “7000명이 넘는 사람이 다른 이들을 구하려다 사망했다”면서 “충격적인 규모의 위기”라고 전했다. 앰네스티가 지난 7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의료인 사망자는 3000여 명이었다. 두 달이 안 돼 희생자가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앰네스티가 집계한 신종 코로나에 감염돼 숨진 세계 의료인 현황.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홈페이지 캡처]

앰네스티가 집계한 신종 코로나에 감염돼 숨진 세계 의료인 현황.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홈페이지 캡처]

앰네스티의 집계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의료인 한 명이 사망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홈페이지 캡처]

앰네스티의 집계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의료인 한 명이 사망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홈페이지 캡처]

국가별로는 멕시코의 의료인 사망자 수가 1320명으로 가장 많았다. 미국 1077명, 영국 649명, 브라질 634명, 러시아 631명, 인도 573명, 남아프리카공화국 240명 등의 의료인이 목숨을 잃었다. 코로나19 피해 정도가 큰 국가일수록 의료진 희생도 컸다.

한국의 경우 코로나에 감염된 의료진 1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던 60대 내과의사가 목숨을 잃었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내과의원에서 확진자를 진료했다고 알려졌다. 코로나 사태 이후 국내에서 의료진이 코로나에 감염돼 사망한 최초의 사례였다.

코로나19에 희생된 멕시코의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벽화. [AFP=연합뉴스]

코로나19에 희생된 멕시코의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벽화. [AFP=연합뉴스]


특히 멕시코는 코로나19 전체 사망자가 6만5241명으로, 미국‧브라질‧인도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데, 의료인 사망자는 브라질‧인도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지난달 25일 기준 멕시코에서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의료인은 9만7632명에 달했다. 당시 전체 확진자의 17% 수준이다. 이들 중 42%가 간호사, 27%가 의사, 나머지 31%는 병원 직원 등으로 나타났다.

시코에선 병원 내 의료인 집단 감염이 속출했고, 보호 장비 부족 등에 항의하는 의료인들의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지기도 했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지친 의료인들의 시위는 다른 나라들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스페인은 지난 7월 전공의들이 코로나19 대응에 지쳤다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의사‧간호사‧약사 수천 명이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근무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스페인 의료인들. [EPA=연합뉴스]

근무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스페인 의료인들. [EPA=연합뉴스]


그리스와 이탈리아에서도 코로나 대응에 지친 의료진이 근무 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과 시위에 나섰다. 앞서 프랑스 의료진도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고, 영국에선 의료진이 시위를 통해 보호 장비가 부족한 현실을 알렸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스티브 칵번은 보고서에서 “모든 의료인이 적절한 보호 장비를 지급받아 자신의 목숨을 걸지 않고도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도록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앰네스티는 다만 이번 집계는 국가별로 의료인 범위 등 집계 방식이 달라 직접 비교가 어려울 수도 있고, 집계되지 않은 의료인 희생이 더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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