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되살린 배후…韓에 동학개미 있다면 美엔 '로빈후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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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암호화폐 트레이딩 앱 '로빈후드'

증권-암호화폐 트레이딩 앱 '로빈후드'

요즘 한국뿐 아니라 미국 증시에서도 한 세력이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바로 개인 투자자들이다. 닉네임만 다르다. 한국에선 ‘동학개미’, 미국에선 ‘로빈후드’다.

로빈후드는 중세 영국 의적의 모자 깃털을 로고로 한 모바일 앱 #코로나 패닉의 절정 순간인 올 3월 개인 투자자 증권계좌 급증 #"개미는 무모해 경험 부족해 증시의 시한폭탄"이라며 우려하는 전문가도 #미 머니마켓엔 5700조짜리 '돈의 소용돌이' 치고 있어 추가 상승 예상도

실제 '로빈후드 장세'가 8일(현지시간) 펼쳐졌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올해 연초 수준까지 회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패닉을 완전히 털어낸 모양새다.

블룸버그 통신 등은 이날 전문가의 말을 빌려 “S&P500 지수의 남은 고지는 코로나 패닉 직전인 2월 고점뿐”이라고 했다. 고지까지는  멀지 않다. 4% 남짓 오르면 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남은 고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남은 고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의적 로빈후드 주식판에 소환한 투자앱 ‘로빈후드’

미 투자연구소인 케이시리서치는 8일(현지시간) 띄운 투자레터에서 “주가 급등의 이면에는 무엇이 있는가”라며 로빈후드를 지목했다.

로빈후드는 중세 영국의 옛이야기에 등장하는 의적이다. 하지만 미 증시판에서는 2013년 개발된 트레이딩 앱을 일컫는 말로 더 알려졌다.

앱 로빈후드 로고는 중세 의적의 로빈후드 모자에 달린 깃털이다. 중세 로빈후드가 영주에 대항했다면, 앱 로빈후드는 80년대 이후 글로벌 증시를 이끄는 기관 투자가를 대항하는 상징인 셈이다.

미국 동학개미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미국 동학개미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코로나 패닉 와중에 개인 계좌 급증

로빈후드 주식 포지션(보유량)은 코로나19 때문에 경제활동이 중단된(lock down) 이후 급증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로빈후드 앱만을 이용하는 게 아니다. 매매 수수료를 거의 받지 않아 개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증권사 슈와브와 E-트레이드 등의 증권계좌도 급증했다.

슈와브는 올해 들어 계좌 60만900개가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절반 정도가 코로나 패닉 와중인 3월에 집중적으로 개설됐다.

미 머니마켓 펀드에 거대한 ‘돈의 소용돌이’ 

패닉을 두려워하기는 커녕 기회로 보는 개미 투자자의 성향과 행태가 기관 투자가 전통적인 증권 전문가들의 눈에 걱정스러운 현상으로 비친다.

투자자문 스트레티직인베스터의 전략가인 존 판게레는 이날 내놓은 투자레터에서 “개인 투자자는 경험이 부족하고 무모하다”며 “증시판 시한폭탄”이라고 비판했다.

판게레의 지적은 개인 투자자들 어느 한순간 패닉에 빠져 한꺼번에 매도하면 시장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경고다. 하지만 미 증시 주변 자금을 근거로 주가 강세를 예상하는 전문가도 있다.

미 증시 주변 자금.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미 증시 주변 자금.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블룸버그인텔리전스 펀드분석가인 지나 애덤스 등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머니마켓 펀드 자금이 4조7000억 달러(약 5730조원)를 넘어섰다”며 “전체 펀드자금 가운데 머니마켓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2년 이후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머니마켓은 장기 투자처를 발견하기 전에 돈이 머무는 단기 자금시장이다. 애덤스 등은 “이 머니마켓 자금이 주가 상승의 촉매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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