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몸 전체 혈관 공격, 고혈압·당뇨환자 더 취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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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코로나바이러스가 몸 전체 혈관을 공격해 다발성 장기 손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스위스 연구진의 논문이 의학전문지 란셋에 발표됐다.

스위스 연구진 “혈액 순환 막혀 #다발성 장기 기능 손상 이어져”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논문 저자인 스위스 취리히 대학병원의 프랭크 러시츠카를 인용해 “코로나바이러스는 온몸의 혈관 내부를 공격하는데, 이것은 궁극적으로 다발성 장기 기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 바이러스는 폐를 공격할 뿐만 아니라 곳곳에 있는 혈관을 공격한다”면서 “치명적인 코로나바이러스가 폐렴보다 더 많은 것을 유발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몸의 여러 부분으로 가는 혈류를 감소시키고 결국 혈액 순환을 중단시킨다는 설명이다.

바이러스는 내막(세포층)으로도 들어가는데, 내막은 혈관의 방어선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혈관의 방어선이 무너지면 인체의 방어력이 떨어지고 미세순환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그는 “백신 외에도 혈관 건강 강화가 코로나에 대처하는 데 핵심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고혈압·당뇨병·비만·심혈관 질환 등을 평소 앓아온 사람은 코로나바이러스에 더 취약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연구에 따르면 관상동맥질환과 동맥고혈압을 앓고 있던 71세의 코로나 환자는 다(多)기관 기능 장애를 일으켜 사망했다. 사후에 분석한 결과 심장·소장·폐에서 염증 세포들이 발견됐다.

당뇨병과 동맥 고혈압을 앓던 비만 환자(58)의 경우 소장으로의 혈류가 감소했다. 내피에 염증을 일으키는 림프구 내피염도 폐·심장·신장·간에서 발견됐다.

러시츠카는 혈관 건강 강화가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데 핵심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설사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더라도 혈관 치료를 잘 받으면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그는 “고혈압 치료에 쓰이는 심장약도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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