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포여인 구출된 후 졸도|강진 덮친 샌프란시스코|본사 박준영특파원 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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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교포인 문성옥씨(29·여) 는 문제의 제880 2층 고가를 달리다 지진을 만났으나 차가 다리난간에 걸려 가벼운 부상을 당하고 살아났다.
문씨는 갑자기 앞에 가던 트럭과 도로가 사라지며 자신이 타고있던 승용차가 붕 떴다가 뒤로 미끄러지며 교각난간에 걸쳐진 것.
한참후 정신을 차려 둘러보니 앞뒤로 연기가 자욱하고 몇몇 차안에서는 승객들이 유혈이 낭자한 채 신음하고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 문씨는 파괴된 고가도로 위에서 출동한 소방차에 의해 구출된 후 졸도, 병원에서 회복됐다.
○…지진으로 큰 인명피해를 낸 제880 고속도로는 위험이 보고되어 보수가 요청되었으나 캘리포니아주 정부가 돈이 없어 미뤄왔음이 밝혀져 앞으로 정치문제화 될 듯.
35년전 건설된 이 고속도로는 71년 지진 때 문제점이 발견되고 고속도로내지진력 강화방안의 하나로 보수작업에 나섰으나 수평시설만 끝냈을 뿐 수직 버팀 보완작업은 돈 부족으로 지금까지 미뤄져 왔다는 것.
○…지진으로 주저앉은 고속도로와 다리의 2층 부분을 철거하는 일은 쉽지 않은 작업.
고속도로 1층과 2층 사이엔 아직도 많은 차량과 시체들이 샌드위치 상태로 되어있어 신속한 철거작업이 요구되어 10층 높이의 크레인들이 동원되어 작업을 하고 있으나 교각의 붕괴위협때문에 신속한 작업이 어려운 실정.
이 때문에 현장주변엔 실종자의 친척들이 몰려들어 대 혼잡을 이루고 있다. 19일에는 18구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이번 지진으로 이곳에서 발행되는 신문들도 큰 곤욕을 치렀다.
컴퓨터 제작을 해온 신문들이 정전과 컴퓨터 고장으로 촛불과 손전등으로 편집국을 밝히고 수동타자기를 동원, 60년대식 제작을 해야했다.
제작시간이 늦어 조· 석간이 바뀌고 공장을 빌려쓰는 바람에 두 신문이 한 부로 묶여 배달되는 등 소동.
전국 텔레비전이 24시간 네트워크중계를 하는 가운데 이같이 고전한 신문들은 그러나 정전으로 텔레비전을 이틀이나 보지 못하고 공포 속에 있던 현지 주민들에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려주는 유일한 수단.
○…지진피해를 둘러보러 이곳에 들른 퀘일 부통령과 현장복구지휘를 하는 샌프란시스코시장이 상면조차 하지 않고 헤어져 재난 앞에서 민주·공화 두 당이 정치게임을 하고 있다는 구설수.
퀘일부통령은 이 사실이 보도되자 18일 현지방문 때 시장의 합류를 초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주장하고 아그노스 시장 측은 부통령이 헬
기로 왔다가 잠깐 둘러보고 다시 떠나며 몇 마일 안에 있는 현장지휘소를 방문조차 하지 않은 것은 현지방문을 정치 쇼로 생각한 것이라고 비난.
아그노스 시장은 부시대통령의 20일 방문에는 점퍼차림으로 비행기안에 들어가 영접.
○…지진으로 인한 이틀동안의 정전때 교통신호등이 작동치 않은 교차로에서 차들이 질서 있게 교차통과하고 암흑의 방에 대소범죄 사건이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아 시민들은 이것이 미국의 시민정신이라며 자랑.
물론 5시가 조금 넘어 지진이 일어나며 정전이 되자 샌프란시스코 시경찰과 주정부군이 동원되어 시내 요소 요소에 배치되어 방범활동에 나섰으나 우려되던 강력사건은 물론 작은 범죄사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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