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 "평양으로 수도 옮기나" 박원순 "천만 서울시민 모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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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왼쪽)이 17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특별시 국정감사에 참석해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을 듣고 있다. 오른쪽은 김석기 자유한국당 의원 [뉴시스, 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왼쪽)이 17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특별시 국정감사에 참석해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을 듣고 있다. 오른쪽은 김석기 자유한국당 의원 [뉴시스, 뉴스1]

17일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김석기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한민국 수도를 평양으로 옮길 거냐”고 질문하자 박원순 시장이 “어떻게 그런 질문을 하느냐. 사과하시라”고 반박하면서 고성이 오갔다.

이날 국토교통위원회 서울시 국감에서 김석기 의원은 “시장님은 민생에 신경 쓰는 게 아니라 엉뚱한 곳에 신경 쓴다”며 “올해만 서울시가 대북 교류 사업에 150억원을 투입했고 2015년에는 서울·평양 동반성장을 위한 기초연구 용역으로 8억원을 서울연구원과 수의계약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연구용역 보고서가 대단히 충격적인데, 한마디로 서울시가 시민 세금 8억원을 들여 평양시를 발전시킨다는 내용”이라며 “북한이 올해 들어 11차례 미사일 도발을 하고 방사포를 쏘는데 평양시 발전계획을 시민 세금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미사일 쏘는 걸 내버려 둘 수 없지 않으냐”며 “그렇기 때문에 뭔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답변이 채 끝나기 전에 김 의원은 “미사일 막으려고 평양 발전 계획을 세우는 것이냐. 말문이 막힌다”며 “통일되면 수도를 평양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계시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박시장은 “그건 좀 모독적인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명색이 천만 서울을 대표하는 서울시장한테 국감에서 그런 질문을 하면 안 된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하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발끈했다.

김 의원은 박시장의 사과 요구에도 계속 목소리 높이며 “질문도 못 하느냐”며 “아니면 아니라고 답변하면 되지 않느냐”고 받아쳤다.

박시장은 “답하기를 바라는 질문이냐. 말이 안 되는 질문이다. 국감에서 성실하게 답하고 있고 서울의 미래에 관해 답을 드리는데 방금 그런 말은 저를 모욕하는 것이고 천만 서울시민을 모독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국감장은 한때 여야의 고성이 이어지며 소란스러워졌다.

양측 고성이 끝나고 발언 기회를 얻은 박 시장은 “기본적으로 서울이라는 도시가 디스카운트 되고 있다. 북한에서 미사일 쏘고 협박하는 거 때문에 서울시가 엄청 손해를 본다”며 “그렇기 때문에 평화를 지향해서 남북통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시장은 "서울시 전체 예산에서 미래를 위해 이 정도 투자하는 건 당연하다”며 ”2032년 남북 공동 올림픽에 합의했고, (이를 바탕으로 올림픽을) 유치해야 하는 상황에서 평화를 위해 노력해 안전한 국가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양측의 공방이 이어지자 박순자 국토교통위원장은 박 시장에게 “질의는 국민의 소리고 요구이기 때문에 위원의 지적이 다소 본인 생각과 뜻과 다르더라고 숙의하고 진지하게 답변해 달라”고 중재했다. 박 위원장은 김 의원에게도 “질의하는 위원도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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