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용 측 "검찰 피신조서 위헌, 헌재에 직접 헌법소원 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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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현 변호사)이 검찰 수사과정 문제를 지적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헌법재판소에 직접 묻기로 한 것이다.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뉴스1]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뉴스1]

법원 "이미 2005년에 합헌난 것, 문제 없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부장 박남천)는 유 전 연구관이 재판부에 낸 위헌법률 심판 제청 신청을 전날 기각했다. 유 전 연구관 측은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가 재판에서 증거로 쓰일 수 있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2005년 헌재 결정을 들며 해당 조항이 헌법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4월 유 전 연구관 측은 형소법 312조와 200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냈다. 형소법 312조는 피고인이 검찰의 피의자신문조서를 번복하거나 부인하더라도 그 조서가 신뢰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작성됐다면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당시 유 변호사쪽 변호인은 “세계 선진국 어디에도 검찰 조서로 이렇게 재판하는 나라는 없다”고 주장했다.

해당 조항은 과거 2005년 5월 헌법재판소가 5대4로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헌재 재판관 구성이 바뀌면 충분히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검사가 필요할 때 피의자의 출석을 요구해 진술을 들을 수 있는 형소법 200조 역시 “피의자 신문의 횟수, 시간, 방법 등에 대한 절차적 제한이 없는 만큼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했다.

유해용 측 "처음부터 헌법소원까지 생각하고 낸 것"

유 전 연구관이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문건을 수만 개 파기했다는 혐의를 심리하기 전에, 검찰 수사나 재판 과정의 절차부터 근본적으로 따져보자는 문제 제기였다. 검찰은 이에 대해 ”공판준비기일은 공소사실이나 쟁점을 논의하는 자리지, 형사소송 제도 개선을 논하는 세미나가 아니다“라며 재판 지연 전략 의도로 보고 강하게 반발했다.

법원도 위헌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자 유 전 연구관 측은 헌재에 직접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 전 연구관 측 변호인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재판부가 받아들이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애초에 기대도 별로 안 했다.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도 처음부터 염두에 둬 왔다“며 ”유 전 연구관 본인과 상의해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피신조서 증거 능력 제한은 국회 패스트트랙에 오른 검경수사권 조정안에도 포함됐다. 오로지 검사가 작성한 피신조서에 대해서만 증거 능력을 부여해 경찰이나 다른 수사기관과 차별 문제, 공판중심주의 방해 등의 문제가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법원의 인력 구조 등을 고려해 볼 때 현실적으로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을 없애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정진호ㆍ박사라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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