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언론자유 159위' 중국에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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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겪는, 가장 큰 불편 중 하나가 사회의 투명성 부재에서 오는 혼란이다. 무슨 일을 하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근거 자료가 부족하다. 지난달에는 중국 증시에 투자한 외국인들이 투자한 기업에 관한 정확한 회계자료가 없다며 당국에 항의하는 사태도 있었다. 상장사가 이 정도면 비상장 기업이나 일반 사회의 불투명성은 두말할 여지도 없다.

중국의 양식 있는 인사들은 불투명성이 부정부패의 원인이라고 수없이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투명성 확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게 언론자유라고 역설한다. 부패에 대한 언론의 감시와 비판 기능이 없으니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 데도 요즘 중국 정부의 언론정책은 거꾸로 가는 느낌이다.

지난달 입법예고된 '돌발사건 대응법안'이 대표적인 예다. 이 법안은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고나 사안에 대해서는 언론사가 보도 전에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이를 어기면 해당 기자에게 5만~10만 위안(약 1200만원)의 벌금을 물린다는 게 골자다. 심한 경우는 구속도 시킨다는 방침이다.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일을 아예 제도화하겠다는 발상이다. 법안 추진 사실이 알려지자 중국 언론계와 학계.법조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광둥성의 남방도시보는 사설에서 "법으로 보호해야 할 언론의 기능을 오히려 법으로 막는 이상한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네티즌들도 당국을 비난하고 있다.

비판이 쏟아지자 중국 국무원은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법안이 언론의 정부 비판을 금지하는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거짓 보도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한 것이며, 정상적인 보도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법안이 폐기되거나 수정될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중국의 저명한 언론학자인 청년대학의 잔장 교수는 "기자들을 보호할 법은 하나도 없고 제재할 법만 만드는 상황에선 언론자유가 보장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해명 가운데 언론자유 보장에 관한 것은 없고 언론 통제의 정당성을 알리는 것뿐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중국의 언론자유도는 전 세계 167개국 중 159위(국경없는기자회 조사)였다. 헌법에 버젓이 언론자유 보장 조항을 둔 중국으로선 부끄러운 순위다. 중국 정부는 이런 평가에 역정을 내기에 앞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냉정히 되돌아볼 일이다.

최형규 홍콩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