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이르는 '녹내장' 환자 17%는 2030...“근시 있다면 주의해야”

중앙일보

입력

정상 시신경과 녹내장이 진행된 시신경. [중앙포토]

정상 시신경과 녹내장이 진행된 시신경. [중앙포토]

가족력이 있거나 근시가 있다면 20~30대 젊은층이라도 녹내장 예방을 위한 안과 검진을 받아봐야 한다는 전문가의 권고가 나왔다. 한국녹내장학회는 ‘2019 세계녹내장주간(3월10~16일)’을 맞아 ‘녹내장 젊다고 안심하지 마세요’를 주제로 캠페인을 실시한다고 7일 밝혔다.

녹내장은 안압 상승, 혈액 순환 장애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시신경이 손상되고 시야결손이 진행돼 실명에까지 이르는 질환이다. 학회는 “국내 녹내장 환자의 약 17%는 40세 미만으로, 2012년 약 11만 4000명에서 2017년에는 약 13만 4000명으로 40세 미만 녹내장 환자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녹내장은 특별히 눈에 띄는 증상이 없어 초기 발견이 어렵다. 실제로 20~30대 녹내장 환자 대부분은 건강검진이나 시력교정수술을 위해 안과를 찾았다가 질환을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학회는 “가족 중에 녹내장 환자가 있거나 근시인 경우 시신경과 주위 조직이 약해 젊은 나이에도 녹내장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 정기적인 안과 검진으로 녹내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장인 유영철 교수의 도움말로 녹내장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정리했다.

안압이 정상이면 녹내장에 걸리지 않는다?

녹내장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높은 안압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안압이 정상이라면 녹내장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녹내장은 높은 안압으로 인해 시신경이 약해지며 발생하는 질환이 맞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히 발생하는 녹내장은 정상안압녹내장이다. 안압이 정상범위(10~21mmHg)인데도발병하는 녹내장을 말한다. 높은 안압의 기준은 개인의 시신경의 상태에 따라 변한다. 똑같은 안압이라도 시신경이 약한 사람에게 높은 수치일 수 있고, 시신경이 튼튼한 사람에게 정상 수치일 수 있다. 실제 사람마다 시신경이 느끼는 안압은 수치화 된 범위와 다를수 있다. 따라서 꼭 안압이 높은 사람들에게만 녹내장이 발병한다는 것은 오해다. 눈이 얇거나 물렁한 사람은 안압이 낮게 측정될 수 있어 실제 안압이 높지만 정상인 것으로 오인될 수도 있다.

녹내장이 진행돼 시야가 좁아진 환자의 눈으로 본 풍경 [중앙포토]

녹내장이 진행돼 시야가 좁아진 환자의 눈으로 본 풍경 [중앙포토]

젊은 사람은 녹내장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노화는 녹내장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노화가 시작되는 40세 이후 녹내장 발병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젊은층이 녹내장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젊은층에게 생기는 녹내장의 주요 원인은 고도근시와 가족력이다. 근시환자의 눈은 근시가 없는 사람의 눈에 비해 앞뒤 길이가 길어져 있기 때문에 두께가 얇아져 있고 시신경이 약해 같은 안압에도 쉽게 손상될 수 있다. 2011년 미국 안과학회지(Ophthalmology)에 실린 ‘개방각녹내장의 위험요소로서의 근시 (Myopia as a Risk Factorfor Open-Angle Glaucoma)’라는 분석 결과에 따르면 근시가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녹내장 발병 위험이 약 2배 높다고 발표됐다. 이처럼 젊은층에서 녹내장이 발병하는 원인은 노화보다는 근시이기 때문에, 근시가 비교적 심한 사람들은 정기적으로 안과에 방문해 정밀검진을 받아 미리 예방하는 것이 좋다.

녹내장에 걸리면 결국은 실명한다?  

녹내장은 전세계적으로 3대 실명질환 중 하나로 꼽히지만, 무조건 실명하는 질환은 아니다. 발병 후에도 꾸준히 치료하면 진행 속도를 늦추고 시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녹내장의 발견 시기, 종류, 치료여부 등에 따라 치료 결과가 달라진다. 치료를 받아도 한번 나빠진 시신경을 처음과 같은 상태로 되돌리기 어렵고, 지속적인 치료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 것에 실망해 치료를 중단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렇게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시야 결손이 진행되기 때문에 결국 녹내장이 더욱 악화돼 실명에 이를 수 있다. 녹내장 치료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실명하지 않도록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