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글로벌 강소기업이다 11. 반사섬유 제조 '서흥알이에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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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변선구 기자

서흥알이에프 최상석(사진) 사장은 사양 산업인 섬유 분야에서 틈새를 뚫었다. 서흥이 만드는 제품은 빛을 되돌려 보내는 반사섬유다. 이 회사는 30여 명의 종업원으로 2003년 이후 연간 100억원 대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수출 비중은 70% 정도다.

최 사장이 반사섬유에 눈 돌린 것은 기존 사업이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그는 1980년대 중반 의류 부자재와 가방 제조업체를 설립했으나 90년대 중반 들어 인건비가 가파르게 올라 국내에선 버티기 힘들어졌다. 여느 제조업이 그랬듯 최 사장도 베트남에 봉제 공장을 지었다. 하지만 의사 소통이 힘들고 생산성도 좋지 않았다. 결국 1년 만에 사업을 접고 철수했다.

"막막했죠. 십수 년 해온 일을 버리고 다른 일을 찾기 힘들었어요. 잘 아는 섬유업에서 다시 승부를 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찾아낸 게 근로자 작업복용으로 수입되던 반사섬유다. 이 섬유를 캐주얼 의류 장식에 쓰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 아이디어로 95년 미국 3M의 가공업체로 등록해 수입 원단을 가공해 납품했다.

2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홀로서기에 나설 자신감이 생기자 98년 서흥을 설립하고 독자 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원단이 딱딱해지는 바람에 모두 버린 일도 여러 번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환위기도 닥쳐왔다. 그는 "힘들었지만 개발만 성공하면 시장은 열려 있다는 마음으로 버텼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00년 초 드디어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메가 라이트'라는 이름을 붙이고 직접 수출선을 뚫었다. 주문자상표부착 방식(OEM)으로 만들면 수출하는 게 수월했지만 미래를 내다보고 자체 브랜드를 고집했다. 해외 전시회를 돌며 제품을 선전하고 바이어들을 적극적으로 만나면서 거래선을 늘려갔다. 매출도 덩달아 힘을 냈다. 지난해 환율 하락 여파로 매출이 소폭 줄었지만 올해는 160억원대로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최 사장에게 여전히 고민은 남아 있다.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추격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따돌리기 위해 품질 검사를 세 번 이상 거듭하며 품질 관리를 강화했다. 운동복 등 번호에 사용되는 필름이나 폴리염화비닐(PVC) 소재 반사원단도 개발했다. 내년에는 유럽과 미국에 판매 법인을 만들어 유통 비용을 줄일 계획이다. 그는 "철저한 품질 관리만이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는 길"이라고 말했다.

글=홍주연 <jdream@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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