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미·일, MD 등 군비증강 촉진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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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외교부가 22일 모스크바 주재 북한대사를 불러 경고한 것은 AP.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보도한 대로 매우 이례적이다.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것도 보기 드문 일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그간 북한에 불만이 있어도 그걸 표출하는 건 자제해 왔다.

그런 두 나라가 직설화법을 써가며 북한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거나 경고를 하고 나선 건 무슨 까닭에서일까. 로이터 통신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늘 평양을 두둔해온 양국이 북한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건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일본의 군비증강을 촉진하고, 미국의 미사일방어(MD)시스템을 확충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판단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대포동 2호를 쏠 경우 미국과 일본이 그걸 활용해 국방력과 대(對)한반도 외교력을 강화할 가능성을 중국과 러시아가 염두에 뒀다는 얘기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은 이미 MD시스템을 실전모드로 전환, 성능과 유용성을 점검하고 있다. 또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이번 미사일 위기를 미국 중심의 외교를 복원하는 기회로 이용하는 듯한 모습이다. 그가 6자회담 당사국인 일본.중국.러시아뿐 아니라 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들과 긴밀히 접촉한 게 그 예다. 그의 노력은 일단 성과를 거둔 것처럼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강한 우려를 나타낸 건 아주 고무적이며, 이는 국제사회의 단합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대사의 발언은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일본도 미사일 사태 대응을 이유로 군사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미사일 관측함인 '옵서베이션 아일랜드호'를 나가사키 해군기지에 배치하고, 탄도미사일을 포착.추격할 수 있는 항공자위대의 신형 지상레이더 'FPS-XX'를 가동하는 태세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적으론 미국과 손발을 맞추며 과실을 챙기려 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이런 흐름을 방치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두 나라가 북한 미사일 문제에 적극 개입하고 나선 것은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고려한 때문"이라며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6자회담은 거의 사망선고를 받게 될 것이고,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도 사라진다는 걸 양국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나라는 6자회담 트랙을 살리기 위해 북한에 자제를 촉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미국.일본 등 서방진영이 강력한 대북 제재를 가하려 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는 안보리 등에서 곤란한 입장에 처한 것인 만큼 그걸 미리 예방하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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