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정부 정책실장 “보수 ‘소득주도성장 폐기’ 주장에 분노…대단히 좋은 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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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연합뉴스]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연합뉴스]

노무현 정부에서 초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이 “마치 소득주도성장이 틀린 것처럼 매도하는 분위기에 대해 분노한다”며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은 같이 가야한다”고 밝혔다.

“소득주도성장 3가지 핵심 #개선 주력하면 성공할 것”

이 이사장은 29일 종로 서울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소득주도성장특위가 ‘포용 국가로 한걸음 더, 소득 격차 원인과 대책’을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미국의 뉴딜사례에서 보듯이 불평등도가 높을수록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3대 경제정책(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중 하나인 소득주도성장은 저성장 문제를 해결하는 데 대단히 좋은 정책으로 보수층의 폐기 주장을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며 “시의적절하고 대단히 좋은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이 이사장은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은 세 가지다”라며 “먼저 부동산 불로소득 방지가 필요하다. 그래야 집없는 사람들의 구매력이 살아나고 지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불로소득이 판치면 혁신이 죽는다”며 “불로소득이 몇억씩 발생하면 부동산 한 탕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퍼지고, 혁신과 발명을 하는 사람의 기운이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이 이사장은 재벌 개혁을 더 열심히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소기업도 빈사 상태에 빠졌다”며 “그러면서 중소기업이 소득주도성장의 연결고리 역할을 못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이 혁신할 인센티브가 떨어졌다”며 “단기 후려치기와 기술 탈취가 발생하니 기술을 혁신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또 “재벌 갑질을 없애고, 중기가 혁신하면 성과가 나에게 온다는 보장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세 번째로 이 이사장은 “복지가 너무 약하고 저소득층이 돈이 없어 못쓰니 소득주도성장을 일으킬 매개수단 역할을 못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복지는 사회 안전망이다. 복지도 너무 약해서 저소득층이 쓸 돈이 없다. 이것도 소득주도성장을 일으키는 매개인데 역할을 제대로 옷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안전망이 잘 돼야 마음 놓고 모험 투자를 할 수 있다”며 “핀란드와 스웨덴이 왜 혁신 1등 국가인가. 사회안전망이 잘 돼서 실패해도 얼마든지 재기할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세 가지에 주력했다면 소득주도성장이 상당히 성공했을 것”이라며 “경기와 성장률, 고용상태도 지금보다 좋았을 텐데 지난 1년8개월간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 가지는 소득주도성장을 일으키는 근본 메커니즘이기도 하고, 혁신성장을 일으키는 근본 메커니즘이기도 하다”며 “두 개(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의 성장은 양자택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2개 엔진으로 나는 게 1개 엔진보다 훨씬 빨리 뜰 수 있다”며 “충분히 뜨면 그때는 분배가 개선되고 소득주도성장의 효력이 떨어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그는 “지금처럼 서민과 중소기업이 빈사 상태일 때, 특효약이 소득주도성장이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세 가지는 부동산 불로소득 방지, 대기업 갑질 차단, 사회안전망 강화 정도로 요약된다. 이와 관련,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3대 정책 축으로 밝힌 것은 ▶가계 소득을 높이고 ▶가계의 생계비를 줄여 가처분소득을 높이며 ▶사회안전망과 복지를 확충해 실질적 소득증대 효과를 높인다는 내용이다.

이 이사장은 “우리나라 보수파들은 소득주도성장 엔진을 폐기하라고 한다”며 “규제 완화가 물론 필요하고 나쁜 규제도 있지만 세계은행이 매년 평가하는 기업 하기 좋은 나라에서 우리나라가 4위인 것은 어떻게 볼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우리나라 보수는 여기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으면서 오직 규제 완화만 외친다”며 “(이런 분위기에서)혁신성장 일어나겠나. 저는 안 일어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득주도성장이 잘못한 것처럼 매도하는 분위기에 대해서 저는 분노한다. 너무 여론이 한쪽으로 몰렸다”며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두 개를 같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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