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1.08인구재앙막자] 50세 넘어 화예학 공부…주부서 교수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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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자 씨

"지난 시간에 시메트리칼 트라이앵글에 대해 공부했지. 아리는 배운 대로 대칭 구도를 아주 잘 잡았어. 창의성이 느껴져. 그게 작가의 냄새지. 그리고 영균이 것은 …."

14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모충동 서원대학교 제2자연관 205호 강의실. 이 대학 화예장식학과 김혜자(56) 교수는 20여 명의 학생들이 만든 작품 하나하나를 평가하고 있었다.

올해 초 이 대학에 부임한 김 교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에서 남편과 두 자녀를 돌보는 평범한 주부였다. 그가 대학교수로 변신하게 된 것은 6년 전 시작한 공부 덕분. 1973년 대학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그 이듬해 결혼한 김 교수는 꽃을 좋아했다. 집안 생활을 하면서도 꾸준히 꽃 장식을 공부해 꽃꽂이 사범 1급 자격증을 딸 정도였다. 김 교수는 늘 더욱 깊은 '꽃 공부'를 하고 싶었다.

50세를 넘기던 지난 2000년, 그는 '더 늦어지면 정말 아무것도 못한다'는 마음에 본격적인 화예학 공부를 시작했다. 김 교수는 우선 이화여대 꽃예술최고지도자 과정에 등록했다. 학점은행제도 활용했다. 학점은행을 마친 후 2003년에는 미술전공으로 상명대 대학원 석사과정에 들어갔다. 꽃 장식을 제대로 하기위해서는 미술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대학원 입학 때 학비 걱정에 마음이 무거웠다. 2년간 3000만원 정도의 돈이 들어가는데 그만한 투자가치가 있겠느냐는 생각이 떠나지를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 나이에 공부해서 뭐에 쓰려느냐"고 핀잔을 주는 친구도 있었다.

그때 힘을 준 것이 큰딸(32)이었다. 딸은 "난 엄마가 3000만원을 온전히 자신만을 위해 써도 될 만큼 열심히 살았고 그런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말해주었고 남편도 격려해주었다. 입학 후 어린 학생들과 경쟁에서 뒤지지 않으려 악착같이 공부했다. 석사과정을 마치고 지난해 2월 한국미술문화를 전공으로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공부 틈틈이 대학의 평생교육원에서 꽃 장식을 강의했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고 했던가. 올 초 서원대에 화예장식학과가 생기면서 "교수로 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날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날 중 하루였다. 김 교수는 "이제 우리 학생들을 세계 최고의 꽃 예술 전문가로 키우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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