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읽기] "고이즈미 외교는 음주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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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고이즈미와 일본; 광기와 망령의 질주
후지와라 하지메 지음, 시대의창, 368쪽, 1만5000원

거칠게 말해 국내에서 출간된 일본 평론서는 크게 두 부류다. '일본은 없다'는 쪽과 '일본은 있다'는 쪽이다. 이 책은 '없다'쪽에서도 상당히 과격한 축에 든다. 서문에서부터 일본을 '좀비의 나라'로 규정하고 들어간다. 좀비란 살아 있는 듯 움직이는 시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저자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를 정점으로 한 일본 지도층을 좀비에 비유한다. 되지 않은 것들이 일본을 말아먹고 있다는 뜻에서다.

그러곤 고이즈미의 인격과 자질에 얼마나 중대 결함이 있는지 까발린다. 학창시절 여자 문제로 사고 치는 바람에 도피유학을 갔고, 폭력단을 동원해 선거운동을 했으며, 이권개입도 자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이어 그가 내세우는 구조개혁은 시늉뿐이며, 외교정책은 음주운전 수준이라고 혹평한다.

저자는 단언한다. 일본이 쇠퇴 단계를 지나 몰락을 향해 급속도로 달려가고 있다고.

그런 독설은 평소 일본을 우습게 여기는 독자에겐 딱이다. 그러나 장기불황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한 일본의 저력은 고려되지 않는다. 때문일까. 속은 시원할지 몰라도 머리가 정돈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살고 있는 프리랜서 평론가. 지질학 박사로 세계 각지의 유전 개발에 참여했던 경력이 있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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