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재판 전 무죄 판결문 작성한 부장판사 "통상업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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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전 국정원장. [뉴스1]

원세훈 전 국정원장. [뉴스1]

원세훈(67)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장이었던 김시철(53‧사법연수원 19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정식 재판 시작 전부터 무죄 판단을 검토한 정황이 드러났다. 김 부장판사는 파기환송심 이후 항소심의 통상적인 업무방식이라며 법원행정처 등 외부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13일 검찰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은 김 부장판사가 당시 재판연구원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압수수색해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정황을 확인했다.

이메일 분석 결과 검찰은 김 부장판사가 정식 공판이 시작된 2015년 7월 21일 이전에 재판연구원과 원 전 원장 무죄 판결을 검토한 정황을 포착했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 2015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원 전 원장의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파기환송심을 맡았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최근 김 부장판사와 이메일을 주고받았던 재판연구원과 당시 재판부 주심 판사를 소환해 관련 진술을 확보했다. 주심 판사는 “김 부장판사가 재판을 독단적으로 진행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는 원 전 원장 재판 관련 문건 6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김 부장판사가 법원행정처 등 외부의 영향을 받아 무죄 취지의 판결문 초안을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김 부장판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일부 언론은 외부인사가 내 업무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당연한 전제 사실로 한다”며 “이는 별다른 근거 없이 잘못된 사실관계를 전제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재판부 내부 논의과정은 법원조직법에 따라 공개할 수 없지만, 파기환송 된 사건은 환송 판결취지를 바탕으로 문제점을 검토하고 기존 증거자료의 내용과 비교 파악하면서 논거를 정리한다”며 “이것은 파기환송 후 항소심의 당연한 업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향후 김 부장판사를 소환해 관련 내용을 추궁할 예정이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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