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북방외교에 활력 기대|야 3총재 외유…무엇 하러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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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평민·민주·공화당 총재들은30,31일 이틀간을 모두 외유에 오른다.
「당 자체」나 다름없는 야3당총재들이「한가롭게」외유를 떠나는데 대해 일부에서는 사시로 보는 경향도 없진 않다.
시국의 중 차대성에 비추어 각기 당내에서「전권」을 장악하고 있는 야 3당총재들이 외유하면 각 당은 사실상「유고상태」가 되어 산적한 현안에 대한 여야간 절충도 자동적으로 정지상태에 빠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이다.
그럼에도 야 3당총재들의 외유는 우리의 초당외교에 새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긍정적 측면도 없지 않아 새 시대에 야당총재들이 펼칠 외유의 성과를 기대해 봄직도 하다.
김대중 평민당 총재는 금년에△유럽5개국△소련·서독△미·일△중국 등 4번의 외국여행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첫 번째의 유럽5개국방문은 외유자체의 목적성보다는 제1야당총재로서의 초당 외교활동을 국내에 확인시킨다는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다.
특히 야당지도자로서는 유럽방문의 대미를 공산권국가인 헝가리로 장식함으로써 북방외교에 한몫을 하고 있다는 홍보효과와 다른 두 야당과의 외교 력의 차이를 보여주는 전시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
이번 그의 유럽방문은 과거야당 정치인들의「외유 성」여행과는 양과 질에서 차이가 나는 외교적 성격도 담겨 있는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스웨덴·이탈리아·네덜란드3국의 초청자가 모두 집권당이고 헝가리 쪽의 정식초청자가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공산권국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떤 형식이든 정부초청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스웨덴의 사민당, 이탈리아·네덜란드의 기민당이 집권당이고 보면 이들 정당들이 관계하거나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CDI(국제기독교사회주의연맹)나 SI(국제 사회주의 연맹) 등과 평민당과의 협력 문제가 논의 될 것은 틀림없다.
이는 최근 당이 공식으로 부인했지만 당내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SI 참여타진 설과 연계되어 주목된다.
김 총재는 이번 방문의 주요목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었던 자신을 도와준 정부 및 국제민간단체의 관계자들과 만나 감사의 뜻을 전달한다는데 두고 있다.
김 총재는 귀로에 모스크바에 4시간 여 기착하는 일정을 특별히 마련, 이번 외유의 상징성을 부각시킨다는 속셈을 갖고 있다.
민주당의 김영삼 총재는 금년에 △일본 △미국 △중국 등 3차례의 외국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번 일본방문은 지난해 8월에 이어 두 번째로「도이」사회당위원장의 공식초청에 의한 것이다.
김 총재는 지난해 8월 방일 때도 일 사회당과 접촉했고 지난해 10월에는「이시바시」전사회당위원장의 방한을 성사시키는 등 사회당과의 관계를 밀접하게 해와 일 사회당의 대한 관을 수정하는데 일조 했다.
김 총재는 우선 사회당의「도이」「이시바시」등 전 현직위원장을 만나 양당간의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31일엔 사회당본부에서 양당 합동회의를 갖는데 사회당의 대한 외교노선의 분명한 정립과 자신이 제의한 동북아 6개국 의원협의체 구성방안 등을 촉구하고 논의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사회당이 일소, 일 중 의원연맹을 주관했고「이시바시」전위원장이 북한 김일성 주석과 중국실력자 등소평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점을 들어 북방외교의 중개자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지난 22∼28일까지 북한의 노동당 대표들이 사회당 초청으로 다녀갔기 때문에 남-북한 문제에 대한 상당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총재는「다케시타」총리,「우노」외상, 「아베」자민당 간사장,「쓰카모토」민사당위원장, 「야노」공명당위원장 등 일 정계 지도자들을 두루 만나 상호관심사를 협의할 예정이다.
김종필 공화당총재가 28일 오전 갑자기 방미계획을 출발 이틀 전에 발표한 것은『올해엔 밖으로 나가기보다 내실을 다질 때』라며 다른 당의 외유계획까지 은근히 비난해 온 것을 감안할 때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평민·민주당의 두 김 총재 외유계획에 대해『올해엔 국내에서 민주주의의 뿌리를 내릴 때』라며『나가 봤자 할 일도 없다』고 외유계획이 없음을 강조해 온 김 총재가 전격적인 미국방문에 나선 것은 그의 친미보수주의자로서의 입지강화에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1월 중순 방한했던 미상원외교위의「루가」「코크란」의원이 한국의 반미 분위기를 우려한 김 총재의 주장에 상당히「감명」을 받았다는 것.
김 총재도 이번 방미에서 주로 미 의회 인사들과 한국의 국내문제·북방외교·통일문제· 무역문제 등에 관한 의견교환을 할 것이라고 밝혀 「평소의 지론」과 무관치 않음을 암시했다.
지난28일엔 최호중 외무장관이 김 총재를 방문, 밀담을 나눈 데다 구체적 일정조차 밝히지 않아 미국 측과 은밀한 얘기들이 교환될 가능성을 점치게 했는데「부시」대통령 접촉여부엔 함구. <이연홍·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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