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아베와 친하다더니 … 무역전쟁 다음 타깃은 일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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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 전쟁의 타깃으로 이번엔 일본을 조준하고 있다.

“딜 거부 땐 우호적 관계 끝날 것” #일본, 농산품시장 개방 압력 경계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대통령 전용기 속에서 기자들에게 “일본은 오바마 대통령과 딜을 하려 하지 않았다. 보복을 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정반대”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일본과의 협의에 임하지 않았던 유일한 이유는 중국 문제 때문”이라고 했다.

6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의 관계에 대해 “(미국에 얼마의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지를 일본에 말한다면 (아베 총리와의 우호적인) 관계는 끝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일본에 모종의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경고다. 미국 측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상품거래에 있어 미국의 대일 적자는 약 353억 달러(약 40조원)규모다.

일본 언론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목표는 일본 자동차에 대한 관세 인상과 일본 농산품 시장 개방 등이다. 양국은 이미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일본 경제산업성 사이에 새로운 각료급 협의 채널을 열었지만 지난달 열린 1차 협상에선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이달 하순 열릴 2차 각료급 협상에서 미국이 농업 분야 시장 개방을 강력하게 요구해올 가능성이 크다고 일본은 경계하고 있다.

그동안 양국의 우호적 관계는 서로를 “도널드” "신조”라고 이름으로 부르며 우정을 과시해온 양국 정상들의 개인적 친밀도에 의지해온 부분이 컸다.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은 “일본 측은 무역 문제에서도 둘의 관계를 중요한 지렛대로 삼겠다는 전략”이라며 “두 정상의 관계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가 트럼프의 의도 파악에 분주한 반면 아베 총리는 언급을 피하고 있다. 닛케이는 “농산물 개방 문제가 주목받기 시작하면 아베가 3연임에 도전하는 자민당 총재 경선의 지방 표심에 영향을 미칠지 모르기 때문”이라며 “아베는 트럼프와 총재 선거 양쪽 모두에 신경 써야 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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