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미국서 가격정책 `진퇴양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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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cellpadding="0" cellspacing="0" border="0"><TR><TD colspan="2" valign=top style="line-height:20px;">채산성 악화…올려야하나 vs 점유율 확보…내려야 하나 현대자동차가 원.달러 환율하락의 여파로 북미시장 공략에 위기를 맞고 있다.

환율이 떨어진만큼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가격을 높였다가는 어렵게 끌어올린 시장 점유율이 하락할 것으로 우려돼 쉽게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고민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소형차 베르나의 가격 정책.

9일 현대차에 따르면 작년 말 미국에서 1만3천255달러에 팔던 베르나(수출명 액센트)는 올해 들어 환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지난 3월 가격을 4.5%(590달러) 올려 1만3천845달러로 책정했다.

하지만 때마침 도요타가 3월 소형차 에코 후속으로 야리스를 베르나보다 낮은 1만3천130달러에 내놓으면서 공세를 강화하자 베르나의 판매가 급감할 조짐을 보였다.

현대차는 결국 고육지책으로 올렸던 가격보다 훨씬 많은 1천달러의 인센티브를 딜러에게 주며 시장 지키기에 나섰고, 이 덕택에 베르나의 4월 판매량은 작년 동월보다 소폭 줄어드는 수준에서 선방할 수 있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시장은 어느 정도 지킬 수 있었지만 소형차에 1천달러의 인센티브를 주면서 수익의 대부분을 포기해야 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출혈을 감수하고 과도한 인센티브를 주는 것보다는 가격을 낮추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 오는 6월부터 베르나 가격을 300달러 정도 인하할 계획이다.

올렸던 가격을 석달만에 다시 내리는 것은 전례없던 일로, 환율 하락이라는 메가톤급 악재가 닥치자 전략의 부재속에 '수익성'과 '점유율'이라는 두 가지 화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몽구 회장의 구속으로 회사의 방침을 명확히 정하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의 고민은 다른 차종에서도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쏘나타 가격도 지난 3월 600달러(3.2%) 올려 도요타 캠리와의 가격 경쟁력이 종전 1천900달러에서 1천600달러로 좁혀졌다.

그럼에도 쏘나타의 지난 3월 미국 판매대수는 1만7천487대로 전달보다 27%나 늘며 선전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현지 렌터카업체에 8천대 가량을 대량으로 판매했기 때문이지 소비자의 반응은 냉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또 작년부터 2천달러에 육박하는 인센티브를 쏘나타 딜러에게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쏘나타 가격을 다시 내려야 하는지 아니면 환율하락을 반영해 더 높여야 하는 지 고민중이지만 쉽게 해답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기아차의 올해 들어 4월까지 미국 판매대수는 총 23만9천654대로 작년 동기보다 3.5% 늘었다.

하지만 점유율은 작년과 같은 4.3%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며 올해 목표 증가율(16%)에는 턱없이 못미치고 있다.</TD></TR></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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