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강산 방방곡곡 달려갈 성화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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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1988년 8월27일 11시 처음
제주 국제공항에
성화가 날아와
올림피아의 헤라 신전에서
하늘의 불이 하늘을 날아와
제주섬에서 타오른다 활활
성화여
아득한 날
제주섬도 한 점
불꽃으로 불타고 있었나니
삼성신화로
인간 세상 열리며
눈물과 한숨에 젖어
제주섬이 되었나니
오늘
한라산 의연히 하늘 드높고
제주 바다도 잔잔히
아픈 꿈 풀어 놓느니
50만 제주 사람들 봉송길에서
깃발 흔들며 깃발이 되어
환희에 젖느니
성화여 활활 타오르며
방앗돌 굴리기 놀이
영등굿
해녀놀이
밭 밟는 노래 듣는구나
땅 위에서 이룩되는
평화와 희망과 기쁨
50억 가슴가슴에
불 붙여 놔
이기는 자의 꿈 심어 놓았으니
제주인 가슴가슴마다
한국인 가슴가슴마다
그 영원의 불꽃
불타오르게 하라
이제 제주섬 거리마다
성화가 달려가는 곳마다
평화여 넘쳐나라
신산공원에서 쉰
성화는 잠을 이루지 못했으니
이 국제 관광의 섬을 깊숙이
광명의 혼 속에
자리하게 하라
화합과 전진을 다지며
금수강산 방방곡곡을 달려갈
성화여
이 섬을 떠나도
서울올림픽을 지켜보며
한국에서 처음 만난 땅
제주섬을
영원히 기억하라.
???<시인·제주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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