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권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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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제퍼슨」만큼 명쾌하게 언론의 자유를 옹호한 정치인도 없었다. 신문 교과서에 으레 나오는 얘기지만 그는 신문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신문을 놓고 어느 목을 선택하겠느냐는 자문에 주저 없이 후자를 지적했다. 재야시절의 얘기다. 그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이런·일화도 있었다.
『각하, 왜 이따위 신문을 혼내지 않습니까. 저는 어찌하여 이런 명예훼손 행위가 용인되는지 까닭을 알 수 없습니다.』
프러시아 왕국공사「함볼트」남작이「제퍼슨」대통령에게 물었다. 그는 백악관 책상 위에 놓인 연방당(당시의 야당)신문을 집어들고 개탄한 것이다. 이때「제퍼슨」은 뭐라고 했는가.
『왜 처단을 안 하느냐 구요? 남작, 그 신문을 남작의 호주머니에 집어넣으십시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언론의 자유를 시비하는 사람이 있거들랑 이 신문을 어디서 집어 왔다는 말을 해 주십시오.』「제퍼슨」의 자유언론에 대한신념은 단순히 한 정치인의 신조를 떠나 18세기 프랑스의 인권선언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그는 분명 철학을 가진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흥미 있는 사실은 대통령재임 중 그는 누구보다도 심한 신문의 십자포화를 받아야 했다. 그때 모든 신문의 5분의 3은 연방 파이었으며 이들은 새 정부가 들어서기가 무섭게 포문을 열었다. 심지어는「제퍼슨」이 기초한 독립선언서의 맞춤법에서부터 문장력까지 시비의 대상으로 삼았다.
「제퍼슨」은 임기를 마치고 하야를 준비하고 있을 때 한 소년으로부터 편지를 받고 이런 회답을 했다.
『나는 신문을 절대로 읽지 않는 사람이 읽는 사람보다 오히려 정보에 더 잘 접하고 있다고 믿는다. 또 아무 것도 모르고 있는 것 자체가 거짓이나 잘못에 가득 찬 사람보다는 오히려 진실에 가까운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런 일화들은「제퍼슨」의 심정을 넉넉히 헤아릴 수 있게 한다. 하지만 그는 한번도 언론을 향해 칼을 뺀 일은 없었다.
오늘의 미국이 누리고 있는 언론의 자유는 결국 국가 지도자의 도덕적 결단력과 철학 위에서 가능했다. 언론의 자유를 견뎌 내지 못하는 권력은 민주주의도 견뎌 낼 수 없다. 언론의 자유는 권력자에겐 많은 불편을 준다. 그러나 그 권력의 원천인 국민들은 그것이 더 없이 편하다고 믿는다.
중앙경제신문 오홍근 부장 테러사건은 그런 점에서 많은 교훈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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