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국회회담 성사 불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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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판문점=허남진 기자】남북 국회회담준비를 위한 2차 예비접촉이 20일 오전 판문점 우리측 구역인 평화의 집에서 열렸으나 양측은 국회회담형식과 의제에 관한 견해를 좁히는데 실패했다. <관계기사 3면>
이날 접촉에서 우리측은 남북 국회회담을 양측 대표회담으로 하되 ▲남북 국회의원 전원의 합동회의를 추후 개최할 수 있으며 ▲남북 국회회담 대표단 수를 늘리고 ▲의제도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등 크게 신축성을 보인 수정안을 제의했다. 우리측은 국회회담 대표 수를 50명 선까지 늘릴 수 있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에 대해 북측은 남북 국회의원 전원 및 정당·사회단체 대표의 연석회의 입장을 고수하고 의제도 불가침공동선언과 올림픽 공동개최 등 3개항을 되풀이 주장했다.
남북양측은 회담형식에 관해서는 종래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올림픽 전 남북 국회회담의 성사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측 박준규 수석대표는 이날 접촉에서 남북 국회대표간의 회담명칭을 남북 국회회담이라고 하고 이와는 별도로 남북 국회 합동회의를 열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남북 국회회담에서 의안이 결정된 후 합의문의 최종 승인은 남북간 국회의원 전원이 참석하는 축하행사성격의 남북국회합동회의를 열어 승인하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수석대표는 그러나 남북 국회 합동회의에는 북측이 주장하는 정당·사회단체대표는 포함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대표회담의 숫자에 대해서는 북측이 요구한다면 우리측 주장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금철 북측단장은 계속 자신들의 연석회의를 고집하고 의제도 불가침선언 공동발표로 할 것을 주장했다.
전 단장은 『귀 측의 새로운 제안 역시 본질적 태도전환으론 볼 수 없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연석회의야말로 민족의 의사를 보다 가깝고 폭넓게 집대성할 수 있는 회의형식』이라고 주장했다.
전 단장은 의제문제에 대해 『귀 측이 새로운 제안을 한 것으로 밝혔으나 내용상으로는 아무런 새로운 것이 없다』면서 『남북한 불가침 공동선언 문제와 올림픽경기 개최문제를 최우선적으로 다루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단장은 불가침 공동선언을 거듭 주장하고 『제24회 올림픽대회는 민족적 화해와 단합의 계기가 되도록 해야하기 때문에 남북이 공동으로 주최해야한다』고 말했다·
북측의 전 단장은 의제문제와 관련해 ⓛ남북불가침에 관한 공동선언을 발표하는 문제 ②제24회 올림픽경기대회에 귀 측이 우리측을 초청하는 문제와 올림픽을 남과 북이 공동 주최하는 문제 ③남북사회의 다방면적 협력과 교류를 실현하는 문제등 세 가지로 수정 제의했다.
전 단장은 올림픽문제는 본 회담에서 긴급의제로 최우선적으로 취급할 용의를 표명했으며 ①②항 의제에 합의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한국 측이 주장하는 ③항의 의제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본 회담의 형식과 의제문제에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북측이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끝내자』고 말했고 우리측 이한동 대표는 『올림픽문제는 시급한 만큼 우선 이것하나만으로 오는 29일 본 회담을 열도록 하자』고 제의했다.
회담시작 2시간 37분만인 오후 1시 34분 2차 준비접촉을 끝내고 22일 3차 준비접촉을 갖기로 했다.
북한측의 의제 수정제의에 대해 우리측은 의제를 ⓛ서울올림픽에 북한을 초청하는 문제와 공동 개최하는 문제 ②불가침협정 체결문제와 선언문제 ③남북적십자회담·경제회담 재개 등 교류를 실현하는 문제 등 3개항을 제시했으나 북한측이 반응을 보이지 않자 오는 29일 평양에서 국회 회담형식으로 하되 체육회 관계자를 포함시킨 가운데 제24회 올림픽문제를 단일의제로 하여 회담을 갖자고 또 다른 제의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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