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술발전의 디딤돌 됐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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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위치관계로 평소에는 찾는 사람이 적어 한적한 느낌마저 주는 과천의 국립현대미술관.
그러나 국립현대미술관은 17일 「국제 현대회화전」과 「한국 현대미술전」이란 올림픽미술축제의 개막 「테이프」를 끊는 순간부터 갑작스런 열기에 휩싸였다. 세계미술의 흐름은 물론 올림픽 주최국인 한국 현대미술의 동향과 역량을 한눈에 조감할 수 있는 희유의 기회를 맞아 내 외국 관람객들의 발길이 몰려들고 있다. 행사를 주관하는 이경성관장<사진>역시 촌각도 머무를 사이가 없이 몹시 분주하고….
『힘은 들지만 크게 보람을 느낍니다. 나로서는 얼마 남지 않은 여생에 언제 다시 이만한 규모와 수준의 전람회를 경험할 수 있겠습니까. 이번의 국제 현대 회화전에는 공산권을 포함, 세계 64개국에서 총 1백60명의 작가 (한국27명 포함) 가 참가했다.
이 가운데는 네덜란드의 「아펠」, 미국의 「올리츠킨 「마더웰」, 프랑스의 「마티유」 「메사지에」, 서독의 「슐츠」「펜크」등 세계 현대미술을 이끌어온 기라성 같은 대가급 작가들을 비롯, 서독의 「임멘도르프」「도쿠필」 , 프랑스의 「상도르피」같은 유망 신예작가들도 포함돼 있다.
이 관장은 『출품작가들이 속한 지역이 다양한 것 만큼이나 작품경향도 다양해서 관람자들은 합리와 비합리, 구상과 추상, 현실과 초 현실, 주관과 객관 등 온갖 조형양식 속에서 오늘의 세계미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작가들이 당초 의뢰했던 크기에 관계없이 3백∼5백호 규모의 의욕적인 대작들을 보내오는 바람에 전시에 큰 애를 먹기도 했다고.
출품작들의 수준은 지역적인 편차 등도 있고 하여 일률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으나 대체로 동구권·독일 쪽이 우수했고 기대했던 미국이 상대적인 약세. 한편 국제 현대회화전과 동시에 막을 연 한국 현대미술전에는 국내에서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는 작가 5백4명이 초대됐다. 부문별로는 한국화가 66명, 서양화 2백55명, 조각 90명, 공예 93명 등.『한국현대미술의 집약된 내용과 단면을 보여준다』는 취지 아래 중견작가 1백36명만을 초대하려던 당초 계획이 미술계의 반대여론에 밀려 연륜이나 작품경향과는 관계없이 초대작가를 대폭 확대한 축제형식으로 성격이 바뀌었다.『처음엔 말썽도 많았지만 어찌됐든 이 전시회는 서울올림픽을 기념할 뿐 아니라 병행 전시되는 국제현대회화전과 그 경향 및 수준을 비교함으로써 국내미술계의 발전을 이룩할 수 있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이 관장의 얘기다.<정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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