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현의 통계 엿보기] 나빠진 경제 지표에 정부는 ‘기저 효과’라는데..

중앙일보

입력

“1, 2월 경제 지표 호전에 따른 기저효과다 ”(기획재정부)
“지난해 4월 수출 급증에 따른 기저효과다 ”(산업통상자원부)

4월 수출 18개월만에 마이너스 전환 #3월 전 산업생산도 26개월만에 최악 #정부, “기저효과에 따른 착시 현상” #전문가들은“갈수록 나빠지는 모습” #정부 목표 3% 성장 달성 어려울수도

최근 발표된 3월 산업활동 동향과 4월 수출입 동향에 대한 주무 부처의 설명이다. 4월 수출은 18개월 만에  뒷걸음질 쳤다. 3월 전체 산업생산은 2006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자연히 경기 호전세가 급격하게 꺾인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기재부와 산업부가 공통으로 ‘기저효과’를 내세웠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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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효과란 무엇일까? 이한영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저서 『상식으로 보는 세상의 법칙 : 경제 편』에서 이렇게 정의했다. ‘특정 시점의 경제 상황을 평가할 때 비교의 기준으로 삼는 시점에 따라 주어진 경제 상황을 달리 해석하게 되는 현상’

예컨대 과자 가격이 시점 1에서 1000원, 시점 2에서 3000원, 시점 3에서 1900원이며 현재는 2000원이라고 가정하자. 기준 시점을 1로 잡으면 가격이 많이 오른 것이고, 2로 잡으면 가격이 내려간 것이 된다. 시점3에서 비교하면 큰 가격 변동은 없다.

기준 시점에 따른 ‘착시 현상’인 셈이다. 물가 상승률뿐 아니라 경제 성장률, 기업 수익률 등 다양한 경제 지표와 관련이 있다.

최근 경제 지표에 대해 정부가 기저효과 영향이 크다고 분석한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수출의 경우 지난해 4월 수출 실적은 508억4000만 달러였다. 전년 동기 대비 23.8% 급증했다. 월 기준 역대 4위를 기록했다. 55억 달러 규모의 해양플랜트 잔금이 들어온 영향이 컸다.

이런 일시적인 요인으로 수출 실적이 많았던 달과 비교하면 지난달 수출 실적이 나빠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수출 호조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김영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해양플랜트 잔금이 들어온 일시적인 효과가 사라지면서 올해 4월 수출이 마이너스로 전환했을 뿐 전반적인 수출 증가세는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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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활동 동향에 대해서도 정부는 비슷한 설명을 한다. 3월 전체 산업생산은 한 달 전보다 1.2% 감소했다. 특히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광공업생산은 전월 대비 2.5% 줄었다.

기재부는 ‘3월 산업활동 동향 및 평가 ’자료를 통해 “1~2월 높은 광공업 생산에 따른 기저 영향 등으로 광공업 생산ㆍ투자가 조정을 받았다”라고 평가했다.

1월과 2월의 광공업 생산은 한 달 전 보다 각각 0.8% 증가했다. 이런 점을 들어 기재부는 “세계 경제 개선, 투자심리 회복,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등에 힘입어 회복 흐름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전망했다.

향후 경기 지표가 나아진다면 ‘기저효과에 따른 착시 현상’이라는 정부의 설명은 맞는 것으로 증명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낙관적인 시각과 달리 전문가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경기는 사실상 반도체가 나 홀로  이끌고 자동차와 같은 주력 산업은 부진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까지 10~12%였다가 지난해 17.1%로 상승했다. 올해는 1~4월에 20.1%를 나타내며 20% 선을 넘어섰다.

반도체는 경기에 민감한 장치 산업이다. IT(정보통신) 산업 같은 신산업의 성장에 따라 현재 수요가 유지되고 있지만, 예상보다 빨리 경기가 나빠져 반도체 수출 및 생산이 꺾이면 한국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올해 들어 2월과 3월을 지나며 경기가 갈수록 나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대로라면 2분기 이후 경기 추세가 부정적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반도체 중심의 설비 투자가 3월에 많이 꺾인 것이 불안 요인”이라며 “GM 군산 공장 폐쇄 등의 영향이 본격화하는 등 주력 수출 산업의 활력도 계속해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투자의 성장 기여도가 꺾이면서 연 3%인 정부의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경제 성장률이 2.8%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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