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전원주택 살인사건 피고인, 법정서 “요즘 법전 보고 있다” 말한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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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 부친 살해범 허모씨가 지난해 10월 27일 경기도 양평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 부친 살해범 허모씨가 지난해 10월 27일 경기도 양평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저는 살인자가 아닙니다! 하루속히 진범을 잡아주십시오.”  

24일 오후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경기 양평 전원주택 살인사건의 피고인 허모(42)씨에 대한 강도살인 혐의 결심공판에서 허씨는 신문 도중 재판장을 향해 이같이 말했다. 방청석에서는 “미친놈”이라는 말이 나왔다. 검찰은 허씨를 사형에 처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날 재판은 7시간 40분간 진행됐다.

허씨는 재판 내내 움츠러들지 않았다. 피식 웃기도 했으며, 유족을 똑바로 바라보기도 했다. 허씨는 지난해 10월 25일 오후 7시 30분쯤 양평군 윤모(68)씨의 자택 주차장에서 윤 씨를 흉기로 20여 차례 찔러 살해하고 지갑·휴대전화·승용차를 빼앗은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숨진 윤씨는 엔씨소프트 윤송이(42·여) 사장의 부친이자 김택진(50) 대표의 장인이다.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의 부친이자 김택진 대표의 장인이 양평군의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지난해 10월 26일 경찰이 사건 현장을 감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의 부친이자 김택진 대표의 장인이 양평군의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지난해 10월 26일 경찰이 사건 현장을 감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씨는 사건 발생 다음 날 전북 임실에서 검거된 뒤 첫 번째 경찰 조사에서 “주차 과정에서 시비가 붙어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며 범행을 시인했다가 번복한 이후 “주변을 지나다가 문이 열린 자동차와 그 안에 있던 지갑 같은 물품을 보고 순간 욕심이 나서 가져간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을 죽이지는 않았다”며 줄곧 범행을 부인해왔다.

허씨는 최후변론에서도 “검찰은 강도질하기 위해 강남에서 양평까지 갔다고 하는데 강남에 널린 부잣집을 두고 왜 대낮에 양평까지 가겠느냐”라며 “나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는데 검찰과 경찰은 확실한 증거도 없이 나를 살인자로 만들었다”고 반박했다. 윤씨 어머니는 허씨 측 최후변론 때 “말도 안 된다”며 울부짖었다.

허씨는 이날 법정에서 “요즘 법전을 읽고 있다”고 했다. 형사 사건에서 유죄 판결은 명확한 입증이 필요하다는 것을 염두에 둔듯한 발언이었다.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지만 범행에 쓰인 흉기를 찾지 못했다. 대신 검찰은 허씨의 옷에 윤씨 피가 묻어 있다는 사실은 입증했다. 이에 대해 허씨는 “윤씨 차량에 묻어있던 윤씨 피가 옷에 묻은 것”이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간접 증거만 있어도 설득력이 충분하면 살인죄가 인정된다. 검찰은 허씨의 차에서 숨진 윤씨의 지갑 등이, 그의 옷에서 윤씨의 혈흔이 발견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허 씨가 범행 전 포털 사이트에서 공기총과 수갑을 검색했고 범행 후 ‘살인’ ‘살인사건’ 등을 인터넷에서 집중적으로 찾아본 사실도 확인했다.

결국 관련 증거를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재판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허씨에 대한 신고공판은 다음 달 18일 오후 2시 수원지법에서 열린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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