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 강경 투쟁을 기치로 내건 최대집(46)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자의 등장으로 여권이 긴장하고 있다.
5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최 당선자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통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저지를 최대 공약으로 내걸고 지난 23일 당선됐다. 그는 유세를 하면서 “감옥에 갈 준비가 돼 있다”는 말도 했다. 당선자 자격이 된 뒤에도 지난 2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달로 예정된 상복부 초음파의 건강보험 적용을 취소하지 않으면 집단 휴진, 총궐기 집회 등의 단체행동에 나서겠다”며 투쟁 의지를 불태웠다.
그는 의료 분야뿐 아니라 정치 현안에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펴왔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보수단체 ‘자유통일해방군’의 상임대표를 맡아 거리 투쟁을 이끌기도 했다. 그가 “의료계의 조원진·변희재”로 평가받는 이유다. 그뿐 아니라 페이스북을 통해서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암호화폐 등 경제 현안에 대해서도 스스로 밝히듯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관점에서 문재인 정부 비판에 거리낌이 없었다.
‘아스팔트 보수’로 평가받는 그가 영향력이 큰 이익단체인 의협 회장으로 등장하자 더불어민주당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정부가 놓친 게 있더라도 민주당이 나서서 의사들을 배려해 주는 역할을 해왔다”며 “(현재 의협 회장인) 추무진 회장과 대화를 잘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대화 창구가 단절된 것 같아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무조건 강경 투쟁으로 간다면 의사들이 얻을 게 없다”며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때도 의사들이 강경 투쟁을 했지만 결국 상처만 입지 않았느냐”고 강조했다.
제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문재인 케어를 통한 국민 건강권 증진에 도움되는 행동이 아니라 의사의 수익 증진을 위한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건강권 증진과 동떨어진 이유로 아스팔트에 나가는 것에 대해선 모든 의사가 동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 당시 의약분업 사태는 의료계가 총파업을 하는 등 극심한 사회적 혼란을 일으켰다. 두 명(차흥봉·최선정)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임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선거 때와 당선 이후는 다른 만큼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최 당선자가 ‘개인 플레이’를 할 수는 없을 것이란 기대가 섞여 있다. 다만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여러 집단이나 세력이 연대해 최 당선자가 선봉에 서게 되면 여권으로선 골치를 썩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야당은 의협의 입장에 동조하고 나섰다.
지난 24일 경남의사회 총회에 참석한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건강보험 재정에 큰 위협이 되는 문재인 케어 정책의 위험성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전국 의사들이 노력하고 있는 것이 현재 가장 큰 현안”이라며 “정부 정책이 잘못 가면 이를 견제하면서 바로잡는 역할과 책임이 국회에 있다”고 말했다. 6·13 지방선거 때 한국당 경남지사 후보로 차출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윤한홍 원도 이 자리에서 “국가를 위해 의사들이 앞장서면 자유한국당이 가세할 것”이라고 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