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총각' … 풀무원 '할인점 판촉맨' 백승진·이승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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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님, 두부 한모 사가셔야죠~" "어머니, 한번 맛 좀 보세요."

28일 경기도 분당E마트의 식품 판매 코너. 굵지만 상냥한 목소리로 두부를 팔고 있는 한 남자에게 지나던 주부들이 시선을 돌린다. 깜찍한 파티 모자에 앞치마까지 두른 사람은 풀무원의 두부 판촉사원 백승진(26.사진(左))씨. 지난해 7월 입사한 그는 풀무원 제품을 파는 수도권의 할인점 매장을 돌며 판촉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대학 전공은 전기공학. 군 제대 후 아르바이트로 삼아 잠시 청과물 판촉 일을 하다가 진로를 틀었다. 그는 "내가 한 만큼 곧장 성과가 눈에 보이는 게 판촉 일"이라고 설명했다. 풀무원에서 판촉담당 정직원을 뽑는다는 얘기를 듣고 주저 없이 지원했고 두부 코너를 맡았다.두부를 파는 최초의 남성사원이 된 것이다. 식품 매장엔 대부분 여성밖에 없던 탓에 백씨의 등장은 처음부터 화제가 됐다. '구색 맞추기'로 나선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그는 남보다 더 열심히 일했다. 쉬는 날이면 곳곳의 할인점을 돌아다니며 타사 판촉사원의 노하우를 곁눈질 했다. 집에 오면 홈쇼핑을 보며 쇼호스트의 말투도 익혔다. 여러 '선배 누나'들이 자발적으로 도와주기도 했다. 몇 달 지나 주부들이 자연스럽게 먼저 백씨에게 다가왔다. 실적도 좋아졌다. 백씨가 하루에 1400모까지 팔았다고 한다. 보통 한 매장의 하루 평균 판매량이 600~700모 이다.

풀무원에는 백씨 말고도 또 다른 남자 판촉사원이 있다. 서울 송파 GS마트에서 일하는 동갑내기 이승환(사진(右))씨다. 이씨는 원래 할인점 축산류 매장에서 일하다 백씨의 모습을 보고 풀무원에 지원, 올 1월 판촉사원이 됐다. 항상 여성 고객들에게 둘러 싸여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둘은 '금남(禁男)의 지역'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주변에서 말리기보다 격려를 더 많이 해줬다고 한다. 백씨는 '아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부모님을 말리다가 혼쭐이 나기도 했다. 부모님은 "일에 남녀 구분이 어딨으며 자기가 만족하는 곳이라면 자랑스러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호통을 쳤다. 두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하자 금세 "주부님 골다공증 예방에 그만이다" "자녀 두뇌개발에 좋다"는 이야기가 줄줄 쏟아 진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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