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외곽 도시 무법천지 … 폭도들 약탈·폭행 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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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프랑스 소요 사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학생과 근로자에 이어 도시의 무뢰배들까지 가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4일(현지시간) 파리 북부 외곽 도시 생드니에서는 150명에 달하는 폭도가 도심 상업지역으로 몰려가 3시간 동안 가게 유리창을 부수고 각종 물품과 돈을 털어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르 파리지앵은 "무뢰배들이 제 집 드나들 듯 마구잡이로 상점을 약탈하면서 생드니 중심부가 계엄 상황과 같은 공포에 빠졌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가 발생한 생드니는 지난해 대규모 폭력시위의 주요 진원지 중 한 곳. 이곳에서의 방화 사태를 계기로 프랑스 전역은 3주 동안 1만여 대의 차량이 불타는 유례없는 폭동을 겪었다.

프랑스 언론들은 지난해 폭력시위의 최대 피해지역이 다시 들썩거리기 시작한 데다 갈 곳 없는 거리의 무뢰배들까지 들고 일어섰다는 점에서 소요 사태가 악화 일로를 걸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폭력 사태가 발생하자 생드니 경찰은 상업지역 전체를 폐쇄했다. 하지만 그 안에 있던 상인과 행인들은 무법지대 속에서 공포에 떨어야 했다. 가게 주인들은 "강도보다 더 무서웠다"며 "경찰에 즉시 도움을 청했지만 '인원이 부족해 당장 갈 수 없으니 일단 가게문을 닫으라'는 소리만 들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3시간 뒤 경찰이 뒤늦게 현장에 투입됐지만 폭도들의 강렬한 저항에 진압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 수십 명이 부상했고, 경찰력 부족으로 고작 미성년자 3명만 체포했다. 한 가게 주인은 "지난해 폭동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며 치를 떨었다.

디디에 파이야르 생드니 시장은 "무뢰배들이 지난해에는 주로 경찰을 향해 폭력을 행사했지만 이번에는 무차별적으로 무력을 쓰고 있다는 게 걱정스러운 점"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사태 해결 노력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르 피가로는 "이들 교외 지역의 폭도들이 최초고용계약(CPE) 반대 시위가 있는 날이면 파리 시내로 들어가 무차별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23일 시위 때도 2000여 명의 폭력배가 파리 시내로 몰려가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마구잡이로 폭력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들 폭력배 중 절반이 미성년자"라고 전했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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