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환율 하락 꼭 나쁜 건 아닙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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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먼저 환율이 하락했다는 것은 달러에 비해 원화 가치가 높아졌다는 말입니다. 예전에 1200원은 줘야 1달러로 바꿀 수 있었지만 지금은 1000원만 줘도 된다는 소리입니다.

울산 현대차 공장에서 1800만원에 생산되는 승용차를, 각종 비용과 마진을 붙여 2000만원에 판다고 가정해 봅시다.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일 때는 승용차 한 대를 1만6700달러에 미국 시장에 내다 팔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환율이 1000원으로 떨어지면 똑같은 차를 2만 달러에 팔아야 전과 같은 액수의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차 값이 3300달러나 올랐으니, 차를 사는 미국인들이 줄어들겠죠. 과거와 같은 가격에 차를 팔려면 이익을 줄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현대차의 돈벌이가 나빠지는 것이죠.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을 주로 하는 기업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습니다. 우리나라가 수출 주도형 국가이다보니 환율 하락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러나 환율 하락이 득이 되기도 합니다. 토플 시험을 본 사람은 느낄 수 있을 텐데요,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이었을 때는 140달러에 해당하는 17만원을 시험비로 내야 했습니다. 그런데 환율이 1000원으로 떨어지면서 14만원만 내면 시험을 볼 수 있게 된 거죠. 가만 앉아서 3만원을 아끼게 됐습니다.

이렇게 원화 가치가 올라가니까 석유.원자재 등 해외에서 물건을 사올 때 과거보다 더 싸게 사올 수 있게 됩니다. 또 우리나라가 달러로 외국에 지고 있는 빚이 저절로 줄어드는 효과도 발생합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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