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오업계 '대부' 국내 벤처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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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 20일 코암나노바이오 주주총회에서 신임 회장으로 선임된 한순갑(53.사진) 박사의 말투는 약간 어눌하다. 26년 전 서울대 화학과를 다니다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가 줄곧 살다 보니 영어가 더 익숙해진 것이다.

한 박사는 미국 바이오기업 역사의 산 증인이다.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물리유기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스탠포드대에서 박사후 연수과정을 마친 뒤 줄곧 바이오 업계에 몸 담아 왔다. 1987년부터 네 군데 바이오 기업을 거치며 연구개발과 경영 경험을 쌓은 그는 93년 창업에 나섰다. 그는 남부 캘리포니아 일대에 네 개 회사를 순차적으로 세우면서 6000만 달러(약 580억원)가 넘는 투자금을 유치했다.

미국 영주권자인 그가 한국에 진출한 이유를 묻자 "한국이 미국보다 바이오 분야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조국을 위해 조그만 보탬이 되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그는 대원씨아이에서 사명을 바꾼 코암나노바이오에 '귀국 선물'을 풀었다. 그와 관계된 미국 기업들이 갖고 있는 5000만 달러(약 484억원) 상당의 8개 특허권을 무보증 전환사채를 받고 넘겨준 것이다. 특허 중엔 2~3개월 내 제품화가 가능한 분만 보조 장치와 약물을 효과적으로 체내 특정세포로 옮겨주는 시스템 등이 포함돼 있다. 코암나노바이오는 이 같은 기술의 제품화가 완료될 때마다 단계적으로 5000만 달러를 갚아 나가면 된다.

그는 "미국에선 바이오벤처 투자자들이 성과가 나오기까지 5년 정도 기다려주는 걸 당연시하는데 한국 투자자들은 상당히 조급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에선 실패할 가능성이 큰 신약 개발보다는 성공 확률이 비교적 높은 의료기기 산업이 적당하다"고 충고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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