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과 연립의 정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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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프랑스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에서 사회당의「미테랑」현직 대통령이 재선됐다. 이것은 분열된 우익에 대한 단결된 좌익의 승리다.
이로써 프랑스 국민은 현재의 보수위신 공존체제의 지속을 선택했다. 81년 좌익 연합의 「미테랑」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86년 총선에선 보수연합이 다수파가 됨으로써 프랑스는 8년째 보혁공존 체제를 유지해왔다.
이번 선거로 이 체제가 다음 총선까지는 다시 지속케 된 것이다. 현재 국회의 임기는 91년에 끝나지만 대통령의 의회 해산이 있으면 총선은 앞당겨질 수 있다.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 난립으로 최다 득표자가 절대적 지지를 얻지 못할 겅우 상위 득점자 2인을 놓고 결선투표를 하는 것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 제도는 우리의 12·16선거 때와 같은 소수파 대통령의 당선을 예방할 수 있는 장치다.
대혁명(1789년)이래의 민주주의 혁명 전통에 긍지를 느끼고 있는 프랑스의 정치구조는 미묘한 2중성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이데올로기적으로 상반된 좌익과 우익의 2중 구조와 함께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에 내각 책임제를 접목한 이원집정체제를 채택함으로써 제도적으로도 이중화돼 있다.
이것은 프랑스 전통의 유산이다.
프랑스 국민의 기질은 원래 급진적이지만 보수성이 강한 가톨릭 신앙을 통해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일반민중은 정치적으로는 급진적이지만 경제·사회의 측면에선 보수화 됐다.
프랑스는 정치제도가 중앙집권화 돼 있는 반면 정치태도는 자유주의가 지배하고 있다. 여기서도 이중성은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 정치를 흔히 소시민 민주주의(petit bougeois democracy)한다. 중산층 중심의 민주주의라는 뜻이다. 프랑스 정치는 복잡하고도 탄탄한 다수의 중산시민과 그로 인한 다당 분립제외에 서있다.
이것은 정치불안의 요인을 원천적으로 안고 있다. 그 폐해가 절정에 달했던 것이 프랑스 제4공화정(1945∼58년)이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정치력과 책임성을 발휘한다면 보다 능률적이면서도 민주주의를 지켜나갈 수 있다. 「드골」이래의 제5공화정이 그 예다.
우리는 그런 프랑스 정치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이번 4·26 총선으로 우리도 과거의 양당제가 무너지고 다당제 시대가 됐다. 원내 세력도 프랑스처럼 야당 우세다.
우리가 배워야할 첫번째 교훈은「공존의 철학」이다. 물론 프랑스도 이 공존의 윤리에 이르기까지는 여러 차례의 유혈극을 벌여왔다. 그러나 그 경험을 살러냈다는 점에 프랑스 국민의 위대함이 있다.
다음은「연립의 정치전술」이다. 프랑스는 선거 때마다 정치이념과 이해 관계가 같은 정당들이 연합전선을 형성하여 올바른 민의를 결집하고 이를 정치구도에 반영시켜 왔다.
프랑스가 상호 모순된 이중구조 위에서 개인주의와 소당 분립제의 위험을 극복하고 오늘처럼 번영과 안정, 자유를 함께 누릴 수 있는 것은「공존의 철학」위에「연합 전술」을 결합시킨 정치 기술에 있다.
4·26총선 이후의 우리 정치판도는 그같은「공존」과「연립」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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