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학교" 중산층은 선택 기회 원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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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개교한 청심국제학교(중.고교 과정)는 중학 과정 입학 경쟁률이 21 대 1이었다. 전국에서 지원 학생이 몰렸다. 합격의 기쁨도 남다르다. 학부모 100여 명은 19일 오후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에 모여 총회도 했다.

학부모 서승희(40.프로그래머)씨는 "수업 수준이 높다"고 강조했다. "학교에 내는 한 달 교육비가 100만원 정도 되지만 일반 학교에 다니면서 학원을 가는 것보다 오히려 저렴하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교사 35명 중 28명이 석.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 국어.국사를 뺀 모든 수업을 영어로 한다. 다른 학부모들도 "공교육체제에는 이런 학교가 없다"고 말했다.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이사하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한현옥(46)씨는 2004년 말 강남구 일원동에서 경기도 용인으로 집을 옮겼다. 딸을 용인의 K중으로 전학시키기 위해서였다. 용인에서 거주 기간 1년(학교 요구 사항)을 채운 뒤 외국어대부속 외고에 보냈다. 한씨는 "강남에선 월 200만원씩 사교육비를 써야 한다"면서 "학교에 월 130만원만 내면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데 누가 안 가겠냐"고 반문했다.

수준 높은 학교, 사교육을 따로 받지 않아도 되는 학교에 대한 학부모의 관심은 폭발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양극화를 해소한다며 획일적인 공교육을 고수하고 있다. 교육부는 2008년부터 내신을 강화해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을 잡겠다(8차 교육과정)고 발표했다. 그러나 내신 과외는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의 단과 전문학원들은 아예 Y고 반, W고 반 등 수강생의 소속 고등학교별로 반을 나눠 내신 과외를 한다. 월 4회 강의하는 영어.국어.사회.과학은 20만원 선이다. 수학은 35만원 선을 받는다. 모두 학생이 넘쳐난다. 학부모 유모씨는 "남이 하니까 불안해 시킨다"며 "대부분의 학생들이 비슷한 학원에 다니니까 사교육비도 엇비슷하게 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일반고를 다니면서 사교육에 의존하다 보니 비용 면에서 나을 게 없다. 등록금 등 학교에 내는 비용은 자립형 사립고나 특목고보다 저렴하지만 사교육비는 더 들었다.

경기도 안양에서 부부가 약국을 하는 박모(45)씨는 세 아이(고1 두 명, 초4 한 명)의 사교육비로 매달 450만원을 쓴다. 한 달 수입이 600만~700만원이지만 사는 게 빠듯하다. 박씨는 "아이가 셋이어서 사교육비 부담이 컸는데, 둘째 딸에게 국악 공부를 시키면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니 달리 방법이 없다"고 했다. 대원외고 졸업생의 어머니 김기현(46)씨는 "자립고, 특목고처럼 비슷한 수준의 학생이 모여 서로 경쟁하는 학교가 지금보다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학교가 다양하다. 일반계 학교, 마그넷 스쿨(지역 특성에 따라 독특한 프로그램 운영, 학군 구분 없이 선발), 차터 스쿨(학부모, 지역인사 등이 지역교육위원회와 협약을 맺어 운영하는 학교), 사립학교, 사립기숙학교 등이 있다. 외대부속 외고 박하식 교감은 "우리 공교육엔 학교 간 경쟁이 없다"며 "여러 유형의 학교가 만들어져 경쟁을 하면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고현곤(팀장), 정철근.강홍준(사회부문), 김원배.김준술.임장혁(경제부문), 천인성(탐사기획부문), 변선구(사진부문), 박원갑(조인스랜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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