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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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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호석 전-문명에 활을 겨누다’
(15~28일 서울 견지동 동산방 화랑02-733-5877)

몽골 초원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보았다. 인간의 숨소리가 시작될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생명의 근원 같은 것이다. 짙은 뭉게구름 아래 소녀의 살짝 찌푸린 표정은 유목민의 후예답게 결연하다. 태초의 목소리인 암각화(巖刻畵)가 몸속으로 걸어 들어온 것은 그 즈음이었다. 야성을 그리기 위해 야성의 언어로 붓질을 해야겠다는 생각 외에 기억나는 것은 없다. 대지의 꿈과 야생의 사고. 절박하게 걸어 들어오지 않는 것은 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