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전> ●신진서 8단 ○탕웨이싱 9단
5보(62~74)=63은 흑이 기분 좋은 자리. 반면 백에게는 꽤 불쾌한 자리다. 바둑에서 흑백 모두가 상생하는 아름다운 일은 절대 벌어지지 않는다. 누군가 기분 좋다면, 상대는 반드시 뼈아픈 상황일 수밖에 없다. 흑은 63으로 상대의 빈틈을 교묘하게 파고들면서 자신의 집까지 단단하게 굳혔다.
기보
기습적으로 옆구리를 찔린 백은 이제 목숨이 불완전한 미생(未生) 신세다. '참고도1'처럼 흑1, 3으로 끼워 이으면, 백은 최선을 다해도 '패'가 나는 모양이다. 탕웨이싱 9단은 어쩔 수 없이 64로 머리를 내밀어 중앙에서 살길을 도모했다.
참고도 1
이게 끝이 아니다. 흑은 65로 다시 한번 상대의 약점을 찌른 다음, 67로 유유히 하변을 넓혔다. 흑의 흐름이 매우 좋은 상황. 상대를 연달아 추궁하고, 실리까지 톡톡히 챙기고 있다. 반상을 주시하는 신진서 8단의 표정에는 여유가 넘쳐 흐른다.
참고도 2
이와 달리 초반부터 손해를 본 탕웨이싱 9단은 억울하기 짝이 없다. 당한 만큼 갚아주고 싶은데, 좌하귀에서 더는 해볼 만한 게 없다. '참고도2' 백1, 3으로 뚫고 나와 백5로 끊어도, 흑6으로호구치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탕웨이싱 9단이 작심한 듯 68로 우상귀로 손을 돌려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다. 73 바로 위에 붙인 74가 오묘하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