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V 『베스트····』 200회 특집 『어머니의 깃발』|논리성만 강조 공감대 형성 미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M-TV의 『베스트셀러극장』이 20일 방영 2백회를 맞아 동시녹음으로 특집극 『어머니의 깃발』(송기숙 원작·김석만 각색 ·김승수 연출)을 방영했다.
『어머니의 깃발』은 6·25 때 헤어진 어머니를 찾는 아들이 결국은 어머니를 찾을 수 없음을 영상화한 드라마.
주인공 개만(정동환분)은 유년시절의 몇 가지 기억만을 갖고 어머니(김혜자분)를 찾으려한다.
1·4 후퇴 당시 어머니가 군인들에게 끌려 갔으며 어머니는 고향에서 빨간 깃발을 들고 양철통을 두들겼고 마을 뒷산에는 미륵이 하나 서 있었다는 것이 그 기억의 전부. 그는 전쟁이 끝난 후 곡마단에서 성장해 고생 끝에 고물상 주인이 된다.
그러나 그는 전과 3범. 모두 폭행인데 폭력을 유발시킨 것들은 하나같이 공통적인 원인이 있다.
이는 군인들에게 끌려간 어머니가 당했을 사건이 그의 의식 속에 숨어 있다가 성적 폭력의 현장을 보면 분노와 함께 폭발했기 때문이다. 그는 또 어머니가 흔들었던 깃발이 피묻은 여자의 속옷이었고 그녀가 양철통을 두들긴 것은 진도 도깨비 굿의 한 형태임을 깨닫고 자신의 고향이 진도라는 것을 안다.
그는 진도에 가서 어머니를 찾는 실마리를 풀려고 하다가 한 서울여자가 그곳 사람의 토속신앙을 상징화하는 미륵을 가져가려 한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녀가 바로 어머니임을 그는 알아채나 그녀는 어머니가 아니라 이모라고 말한다. 그녀는 아들 개만에게 스스로를 드러낼 수가 없는 것이다.
전쟁 때 군인들에게 폭행 당한 과거를 숨기고 재벌과 결혼, 개만 같은 고물장수와는 다른 계층의 사람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순간, 마지막 장면.
이듬해 겨울이라는 자막과 함께 개만이 철창 앞에 서있다.
그는 군인들에게 끌려간 어머니에 대한 기억 때문에 또 한번의 폭행을 저지른 것이다. 따라서 『어머니의 깃발』은 전쟁으로 인한 어머니의 상실이 한 인간의 의식에 어떤 피해를 주었는가를 좇은 정신분석학을 배면에 깔고있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사실 논리적인 영상만을 추구, 시청자들에게 부담을 주었다.
결국 개만의 무의식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만을 설명한데서 끝났다는 느낌이다.
어머니를 끝내 찾을 수 없게 하는 현실의 계층적 단절에서 오는 이산의 영원함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갔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또 전체적인 줄거리 위에 각 장면에 대한 연출자의 상징화 작업이 지나쳤다는 느낌도 준다.
개만의 이름이 지니고있는 「개」의 이미지, 그와 함께 사는 고물상인들이 갖는 고물 같은 계층, 민중의 현실 극복과 이상의 추구라는 미륵의 이미지가 모두 불명료함 등을 지닐 수밖에 없었던 것은 연출의 자기해석이 강한데서 나온 것으로 보여진다. <박해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