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근린궁핍화 정책·제로섬 안 돼” … 트럼프 우회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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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동북아 정세가 긴장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러시아·인도·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이 포함된 브릭스(BRICS) 정상회의가 5일 ‘샤먼 선언’을 채택하고 폐막했다.

브릭스 정상회의서 상호공영 강조 #“보호주의 말고 다자무역 견지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도한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는 곳곳에서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에 대한 견제를 드러냈다.

브릭스 정상들은 샤먼 선언에서 “북한이 진행한 핵실험을 매우 개탄한다”면서도 “한반도 긴장 상황과 장기간 존재하는 핵 문제를 깊이 우려하며 이 문제는 모든 관계 당사자의 직접 대화와 평화로운 방식을 통해서만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주도하는 강력한 대북 제재·압박과는 거리가 있는 목소리다.

선언은 또 “세계무역기구(WTO)를 대표로 하는 규범에 기반을 두며 투명, 무차별, 개방, 포용의 다자 무역체계를 계속 단호히 수호한다”며 다자주의를 강조했다.

시 주석은 특히 4일 정상회의 소그룹 회의에서 “우리 모두 개방을 견지하며 보호주의를 하지 말고, 다자 무역체제를 견지하고 이웃에게 화를 전가하지 말며, 상호공영을 견지하고 제로섬 게임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중국 인민일보가 보도했다. 과도한 무역적자를 이유로 중국에 대한 경제 제재를 압박하고 있는 트럼프 정부에 던지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이어진 확대정상회의에선 “글로벌 경제 거버넌스 개혁을 추진하고 신흥시장국가와 개발도상국의 대표성과 발언권을 제고하며, 선진국과 후진국의 발전 격차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은 5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브릭스 국가들이 중요 국제현안에서 협력을 심화하고 글로벌 경제구조의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근린 궁핍화 정책(beggar-thy-neighbor policy)과 제로섬(zero-sum game)은 글로벌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근린궁핍화정책은 다른 나라의 경제를 희생시키며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제 정책을 일컫는 용어다.

중국은 개발도상국들과의 ‘남남협력’ 원조기금으로 5억 달러(5657억원)를 원조하기로 약속했다.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경제 개발 문제가 시급한 개도국의 환심을 산 것으로 볼수 있다. 시 주석은 신흥시장·개발도상국대화(NMDCD) 의장성명에서 “파리 기후변화 협약이 저항에 직면해 있다”고 언급해 파리 협약 탈퇴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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