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잃고 떠밀려온 아기 돌고래, 관광객 ‘셀카’욕심에 숨져

중앙일보

입력

엄마를 잃고 해변에 떠밀려온 아기 돌고래가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든 여행객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죽었다.

16일(현지시간) 스페인의 돌고래보호단체인 ‘에퀴낙’(Equinac)에 따르면 지난 12일 스페인 남동부의 휴양지 모하카 해변에 엄마 젖도 떼지 않은 아기 돌고래가 표류하다 떠밀려 왔다.

[사진 SNS 캡처]

[사진 SNS 캡처]

갑작스러운 아기 돌고래의 출현에 해변의 관광객들이 모여들었고 엄마를 잃고 방황하던 아기 돌고래는 이들에 의해 깊이가 얕은 해변 쪽으로 끌려 나왔다. 이후 관광객들은 앞다퉈 아기 돌고래를 손으로 만지면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즐거워하는 사이 무리에서 벗어나 이미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던 아기 돌고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을 거두고 말았다. 사인은 스트레스로 인한 심부전과폐질환이다.

아기 돌고래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을 간파한 한 청년이 관광객들의 무리를 헤치고 들어갔지만 이미 숨이 끊어진 뒤였다.

해양생물 보호단체 에퀴낙은 공식 SNS를 통해 “아기 돌고래가 처음 해변에 모습을 드러내고 15분 뒤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죽어 있었다”며 “관광객들이 즉시 구조대를 불렀어야 했다. 셀카 찍는 데 빠진 여행객들의 이기심 때문에 아기 돌고래가 희생됐다”고 했다.

이어 “고래류는 스트레스에 매우 취약하다. 사진을 찍거나 만지기 위해 몰려드는 행동은 돌고래에게 큰 충격을 줘서 심장 부전과 호흡 부전을 가속한다”고 덧붙였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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